어느 일간지 1면에 “전국 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이른 아침,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출근길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22일 만에 재개된 이 날 시위에서 전장연 회원들은 기어서 열차에 탑승했다가 하차하는 ‘오체투지’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의 시위로 지하철 2.3호선의 운행이 1시간 넘게 지연되는 바람에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라는 설명과 함께 시위 사진을 올렸다. 

“아이들은 연못에 장난삼아 돌을 던지지만, 개구리는 진지하게 죽어 간다”라는 말이 있다.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이들의 시위로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라는 것이다. 이들의 불편이나 고통엔 관심 없고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다. 경복궁역과 시청역의 다른 전장연 활동가들도 줄지어 바닥을 기면서 객실 안을 가로지른 후, 다른 출입문으로 빠져나왔고, 회원들은 “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런데 우리도 이동하고 싶습니다”라며 양해를 구했다는 것이다.

인수위에 장애인 권리 예산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며 시위를 한 것이다. 한국교통장애인협회나 서울경찰청장이 시위가 부적절했다고 했지만, 그들의 고충을 얼마나 알까? “불편하지만 특별할 것도 없어요”란 제목의 수필집을 낸 김동현 판사는 시각장애인으로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지하철로 경기 수원지법으로 출퇴근한다. 그는 “그동안 평등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며 장애인을 차별해 왔는데, 이동의 자유가 보장돼야 일도 하고 교육도 받으며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누릴 수 있다” 면서 “얼마나 절박한 상황이면 지하철 시위까지 하는지 그 사정을 고려해 줬으면 한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위해 사는, 어딘가 불편하지만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한 인간”이라고 소개했다. 쉬는 날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이 충실한 넷플릭스 드라마와 영화를 ‘듣고’, 여자 친구와 백화점에서 만나 데이트도 즐긴다며, “장애인이 사회 각 분야로 더 많이 진출해 장애인이라는 것이 특별하게 인식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라고 하였다. 최근 장애인 재단에 거액을 기부한 손봉호 교수는 “한국교회가 얼마나 장애인에게 배타적이었으면 장애인 교회가 따로 있겠느냐”고 했다. 장애인들이 아무 불편함이 없이 어느 시설이나 함께 이용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이 선진국이며 좋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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