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  (숭실대학교)

누가 이쁘게 핀 꽃도 한철이라고 했던가? 화려하게 봄을 장식했던 벚꽃도 서서히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봄의 전령사로 불렸던 개나리와 목련도 앙상한 가지를 남기고 푸른 잎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봄의 끝 무렵이 다가올 때, 벚꽃은 내년을 기약하면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가수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벚꽃 엔딩이라는 곡이 있다. 노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 이 시간이 벚꽃이 끝날 무렵, 벚꽃 엔딩이 어울리는 시간이다. 지난 주 사람들은 여의도 윤중로에서 벚꽃 축제를 즐기듯, 긴 행렬에 몸을 맡기면서 마음껏 벚꽃 구경을 했을 것이다. 이번에 까지는 늦게 핀 벚꽃이 서운한 마음을 달래려는지 사람들에게 마지막 꽃잎을 피우고 있었다.

 
  벚꽃이 질 무렵, 또 다른 벚꽃이 개화를 준비한다. 바로 겹벚꽃이다. 왕벚꽃으로도 불리는데 이 벚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벚꽃보다 꽃망울이 휠씬 크고 화려하다. 꽃이 피는 시기도 일반 벚꽃이 질 무렵 피기 시작한다. 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는 말이 여기에서 찾을 수 있었다. 겹벚꽃은 이름 그대로 일반 벚꽃의 두 겹 이상의 꽃망울을 가지고 있어서 눈에 봐도 화려하다. 벚꽃 엔딩이라는 말과 달리 또 다른 겹벚꽃의 시작이라고 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자연은 순서가 있다. 겹벚꽃이 먼저 피고 싶다고 해서 결코 일반 벚꽃보다 먼저 피지 않는다. 그건 자신들만의 약속이다. 자연의 약속은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다. 자연의 시계는 순서가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연의 순리라는 것은 어긋남없이 어느 누구 하나 간섭 없이 스스로 흘러가는 시간을 말한다. 
  벚꽃엔딩, 그리고 겹벚꽃의 시작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자연의 시간이 아닌 사람의 시간을 기준으로 앞으로 일주일 뒤에는 모든 벚꽃은 엔딩, 마무리가 되어갈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철쭉이 개화를 시작하고 있다. 진달래가 먼저 피고 철쭉이 그 뒤를 잇는다. 철쭉이 진달래보다 앞서 피지 않는다. 자연의 시간은 두 꽃망울처럼 정확하고 먼저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는다. 자연 안에서는 한 치의 오차와 경쟁이 없다. 

  봄의 여정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봄의 전령사로 불리든 목련과 개나리 그리고 벚꽃까지 엔딩이 되면 장렬한 땡볕에서도 자랄 수 있는 식물들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 잎을 한없이 넓게 그리고 크게 만든다. 자연의 시간은 물 흐르듯 흘러간다. 사람이 만든 교과서에 나오는 공식이나 원리와는 다르게 자연 안에서는 어떠한 인위적인 원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처음부터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세계 안에서 흐르는 시간인 것이다. 
  자연의 시간이 정확한 이유는 바로 창조세계의 원리 때문이다. 하나님의 창조는 완벽하다. 어느 하나의 어긋남 없이 완전하다. 자연의 시간이 완전하고 하나의 오차없이 흘러가는 이유가 바로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창조 질서는 완벽 그 자체이다. 

  자연의 시계바늘은 인간의 개입이 필요가 없다. 어느 누구도 자연의 시계 바늘을 멈출 수도 앞을 당길 수도 없다. 봄이 되면 벚꽃이 피고 개나리가 피는 것을 어느 누가 막을 수 있는가? 자연의 법칙은 하나님의 계획에 포함된 프로젝트이다. 자연의 시간에서 실수가 없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의 시계 바늘이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손에 의해 가로막히고 있다. 자연의 시간은 점점 사람의 손에 길들여지고 있다. 사람의 시간과 공간에 구속된 자연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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