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코로나19로 인해 팬더믹 시대를 겪고 있다. 이런 시기에 우리들은 팬데믹 이후 급변하는 생태 위기의 심각성을 경험한다. 우리들은 그 동안 생태운동을 생명과 유기체 개념을 중심으로 이해해 왔다. 이로인해 상대적으로 사물과 인공기술들에 대한 관심은 빈약했다. 기존에 사물들은 생명들과 달리 존재나 행위의 주체로서 이해되지 않았다.

《생태 사물 신학》은 사물의 행위주체성을 생태 신학의 맥락에서 살펴보고 있다. 본서는 생명·유기체 중심의 생태운동과 사유를 존재의 얽힘으로 본다. 또한 본서는 책임감의 윤리로부터 ‘응답-능력’(response-ability)의 윤리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무엇보다 본서는 행위의 주체에게 책임감을 지우고 묻는 윤리를 넘어서서 존재의 얽힘 속에서 다른 존재들의 행위주체성(agency)에 응답할 수 있는 윤리적 사유의 틀이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생태 사물 신학》은 사물의 행위주체성에 응답할 수 있는 생태윤리적 전환을 추구하는 동시에 다양한 신학자들의 역동적인 주제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생태신학으로의 여정, 팬데믹 시대의 생태신학과 윤리, 사물/생태/정치/신학, 한국생태신학의 미래적 재정위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전현식 교수는 생태신학의 포스트 휴먼적 전회를 강조한다. 지금까지 생태신학은 유기체의 시각에서 기후변화와 생태적 위기를 조명해 왔다고 말한다. 전 교수는 생태신학을 비인간 존재의 눈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시급성을 주장한다. 지금까지 생태신학이 지나치게 ‘휴머니즘적’이었기에 우리는 그 동안 비인간 존재들의 행위주체성에 대해 주목할 수 없었고, 팬데믹 상황에서 발생되는 물질의 남용도 심각하게 주목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전 교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 자동차로 바꾸면, 친환경적이라는 대기업들의 자본주의 전략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책에서 전 교수는 전기차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의 원동력인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희토류가 필요하고, 이는 또 채굴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채굴되고 동시에 버려지는 물질들은 그저 침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 교수는 태평양에 쌓여가는 쓰레기섬이 바로 그 예증이라고 말하면서 인간 존재 중심으로부터 벗어나 비인간 존재의 눈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수연 교수는 “끊어진 매듭을 다시 묶어내는 실천”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본래 존재는 정신과 물질이 한데 얽힌 것이며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에 인간 정신의 우선성을 부여하며 생태신학을 추구한 점에 대해 말하고 사물의 행위주체성을 가늠조차 못하는 태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김정형 교수는 ‘공동-창조자’(co-creator) 개념을 통해 생태신학의 전환을 요청한다. 이는 우리의 아픔에 언제나 응답(response)하셨던 하나님처럼, 우리도 우리와 다른 존재들, 특별히 비유기체적 존재들의 행위주체성에 응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 일이다.

《생태 사물 신학》 은 비주체로 여겨졌던 것들이 자발성과 활기(생기)에 주목하면서 정치 생태학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끝으로 이 책은 다양한 존재의 얽힘을 조망하는 ‘사물신학’은 기독교 생태신학이 제시할 수 있는 생존의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고, 책의 저자들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팬데믹 이후 생태신학의 나아갈 길을 조명하는데 한 표지판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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