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 강의하러 가려고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는 나를 향하여 남편이 물었다. “당신 오늘 기차 타고 가면 안 되나? 나와 함께 기차 타고 나는 원주에서 다시 돌아오고 당신은 계속 서울까지 가면 되는데, 요즘 기차를 타면 경치가 무척 아름다울 거야”, 이른 아침에 그것도 외출준비로 분주하여 준비되지 않은 나에게 하는 남편의 말에 그저 피식 웃으며 “안데요. 그럼 학교 늦어요.” 나는 너무도 명료하고 간단한 대답으로 그의 마음을 동강 잘라버린 후 그의 도움을 받아 터미널에 도착하여 서울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의 뇌리에는 온통 해야 할 일들과 미래에 대한 소망들이 가득하여 버스에 몸을 의지하는 순간부터 부족한 기도 시간을 보충하는 기회로 기도를 하다 보면 서울에 도착한다.

아침에 남편의 말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분주하고 피곤한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으나 “오늘 꼭 당신과 기치 타고 싶었는데 당신이 늦었다고 그냥 가버리고 나니 온종일 마음이 우울했어”라고 말하는 남편을 보는 순간 내가 얼마나 불성실한 아내인지, 나를 향한 그의 사랑에 나는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마음이 쓸어내리는 아픔과 너무도 미안한 마음이 나를 슬프게 했다.

아! 이제 우리도 우리만을 위해서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지만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생각으로 그칠 것을... 결혼해서 지금까지 언제나 성도 중심, 교회 중심, 손님 중심인 우리는 부부만을 위하여 여행 한 번 하지 못했다. 하물며 지방회에서 가는 해외여행도 따라간 기억이 없다. 물론 그 이유는 현재 우리가 해야 할 일보다 해외여행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나에게도 남편에게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멀리 보다는 가까운 마음부터 읽어 그를 기쁘게, 그리고 행복을 느끼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는 언제나 나의 기쁨이 되고자 자신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데 그를 향한 나의 사랑은 늘 부족한 것 같다.

여보!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잠든 내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당신, 머리를 쓰다듬고, 이불을 다시 보듬어 덮어주는 당신의 손길에 잠이 깨지만 더욱 깊이 잘 자기를 바라는 당신의 마음을 알기에 나는 깊은 잠 속으로 빨려갑니다. 여보! 고마워요. 사랑해....라는 말을 당신의 가슴에 남기고

2006년 마음 깊이 미안한 가을날

문순희 박사(상도복지관 관장)  nhh12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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