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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무적의 함대 봄!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2.04.06 16:47
  • 호수 546
  • 댓글 1
                      위 영(본지 논설위원 '속삭이는 그림들'의 저자)

아이를 잃은 고타미가 죽은 아이를 안고 살려달라며 반미치광이가 되어 헤매다가 위대한 스승을 만나게 되었대. 그는 아이를...이미 몸이 차게 식어버린 아이를 고치기 쉽다며 겨자씨 몇 알만 얻어다 먹이라고, 여자가 헐레벌떡 나가려고 할 때 한마디 보탰어. 죽음이 없는 집에서 얻어야만 효험이 있나니.. 고타미는 겨자씨를 엄청나게 얻었지. 불쌍해서 다들 주었으니까, 문제는 죽음 없는 집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것, 영특한 고타미는 죽음 없는 집은 없구나. 나도 죽을 것이다. 깨달음을 얻었다던가,
 여러 가지 스토리가 보여. 우선 희망,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의 길, 겨자씨를 얻으러 다니는 시간에 고타미는 아이의 죽음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회귀했을 거야. 그 시간이 고통을 객관화시키지 않았을까, 마지막에 공평이 치유책으로 나섰지.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것, 죽음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


 숨은 그림 하나도 있지. 죽음은 고통이고 고통은 사랑이라는 것, 결국 사랑 속에 고통의 싹이 자라고 있다는 것, 만약 이웃집 아이가 죽었다면? 고타미는 쌀 됫박을 들고 가 그녀가 울 때 같이 울어주었겠지. 그리고 집에 돌아와 금방 아이들 밥을 지었을 거야, 혹시 해거름에 피어나는 분꽃 있으면....아, 너 피어났구나. 분꽃에 한참 머물러....그 사이 이웃집 아이는 분꽃이 주는 어여쁨 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테지. 죽음조차 사랑이 없으면 고통은커녕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무서운 일이지.
 언니는 아려나? 어릴 때 내가 장롱 속을 좋아했다는 것을, 지금처럼 키가 커다란 장롱은 아니었고 밑으로 서랍 두세 개 달린, 위는 이불을 개켜 놓은 농 말이야. 그 안은 어둡고 폭신했는데 가볍게 다리만 접히면 내 몸에 꼭 맞았지. 꽉 닫히지 않는 문틈 사이로 하얀빛이 기다랗게 스며들었고 그 빛 가운데 떠다니는 먼지들, 크고 작은 것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어. 내가 아주 조금만 뒤척여도 다시 새로운 것들이 거기 생겨나고....가벼운 낮잠이 몰려올 때면 아마도, 그것들은 그대로 꿈길이 되고... 그러니 장롱 안은 나만의 여행지가 아니었을까, 혼자였고 무엇인가를 바라보았고 스며들었고 꿈길로까지 이어졌으니....언니가 입관할 때 난데없이 그 장롱 생각이 나더라고, 내 어릴 때 보았던 꿈길을 따라 언니가 저리 떠나는가, 生이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만약에 천국이 없다면 인생은 얼마나 가볍고 하찮은것인가, 


 생각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어. 아니 생각의 갈래가 너무 많으니 오히려 머릿속이 텅 빈 것 같기도 하고, 어젠 비가 촉촉이 내리더군. 카페 창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데 이제 막 돋기 시작하는 새순 그 작은 잎새에 물방울이 어려 있었어. 유정키도 해라, 저 자연의 섭리. 나는 종말론자이면서 비관론자이지. 욕심을 죽이기에는 종말론이 최고이고 소유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관론처럼 잘 듣는 단방약 없어. 비 내리는 풍경 속에서 커피 한잔, 뭘 더 바랄 것인가,


  언니에게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좋아하는 동화책 속의 소녀 롤리를 생각해보곤 해. 부모님을 떠나 이모네 집에 살게 된 롤리는 슬픔에 빠져 있어. 오래된 가방에서 슬픔을 치료해주는 책을 만나는데 그 책에는 롤리의 슬픔을 없애주는 처방이 적혀있어. 먼 곳까지 걸으며 보지 못하던 것 발견하기, 사과를 천천히 먹으며 사과나무를 생각하기, 평화로운 자세로 책 읽기와 그리운 사람들에게 편지 쓰기. 편지는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글이면서도 우선은 나를 위한 글이지. 언니가 그리워서, 내 그리움을 토해내는 것,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홀로라는 것을 요즈음처럼 사무치게 느낀 적이 없어.


 언니가 천국으로 이사를 했는데도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하고 여전해. 나에게도 그런 일들은 다가오겠지. 규서가 눈 부신 햇살을 보며 울엄마가 세상에 없는데도 햇살은 왜 저리 좋은 거야. 중얼거리는 시간. 그렇게 삶은 끝나고 이어져 가는 거지. 우리 모두 다 그런 존재들인걸, 사랑하고 또 사랑하나 사랑으로 대신 져 줄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아무것도 없어. 혼자 오고 혼자 살고 혼자 떠나는 것이 삶인 거야. 가끔 혼자 중얼거리며 묻기도 해. 언니 거기서 아프지 않은 거지? 꽃 가운데서 사는 거지? 대답은 없지만 언니 듣고 있는 거지? 
 봄이 무적의 함대처럼 진군하고 있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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