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입문한 지 겨우 8개월 된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승리는 우리 정치사의 처음 일이다. 작년 3월 그가 평생 몸담아 온 검찰을 떠나 정치적 도전을 시작했을 때, 그의 성공을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처럼 어려운 승리가 가능했던 것은 정권 유지보다 정권교체를 더 원했던 민심이었다. 

이번 대선은 민심의 승리다. 윤 당선인은 당선 직후 “대선 승리는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며 “야당과 협치를 하겠으며, 국익을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제 윤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거대한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대통령이다. 여야의 등 뒤엔 정확히 절반으로 쪼개진 국민이 버티고 있다.

당선인은 “여소야대 상황이 민주주의와 정치가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여러 당선인이 이런 다짐을 했고 실제 노력도 했으나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최대 과제는 서로 다른 생각으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존과 포용의 정치다. 야당과의 협치는 대통령의 의지나 말로 되는 게 아니다. 여야가 서로 정책을 조정하고 주고받고 하면서 실현해야 할 일이다. 보수주의 신념에 투철했던 레이건 대통령도 야당과 협상할 때는 유연했다고 한다. “왜 자꾸 물러서느냐”고 주위에서 말할 때, “나머지 절반은 다음에, 내년에 얻으면 되잖아...”하며 다독였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기댈 언덕은 정권교체를 통해 국정을 바로잡아 달라는 국민의 지지 밖에 없다. 착한 척하며 뒤로는 다른 일을 꾸미거나 내 편만 챙기는 대통령은 안된다. 막 탄생한 새 권력 앞에 그 누가 ‘그게 아니다’라고 감히 진언하겠는가? 힘 있을 때 밀어붙여야 한다고 하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자신이 정치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그래서 대선 구호도 “국민이 불러낸 윤석열”이었다. 정치를 시작한 후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왜 국민이 저를 불러내셨는가를 생각했다”라고 하였다. 당선인은 앞으로도 5년 동안 이 질문을 자기에게 스스로 묻고 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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