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차의 사나이’라는 뮤지컬이 있다.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는 무사 ‘라만차’의 얘기다. 말을 타고 달려가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말에서 내려 ‘무슨 일인가 하고 보았더니 창녀를 가운데 두고 모두가 돌을 던지고 있었다.

“더러운 년아! 드러누워 돈을 버는 년아!” 신음하는 창녀 곁으로 다가간 라만차가 창녀에게 말한다. “당신은 창녀가 아니라 귀부인이 군요.” 창녀가 말하기를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지나가는 라만차 사나이입니다.” “

그런데 어째서 내게 귀부인이라고 하십니까?” “내가 보니 당신은 창녀가 아니라 귀부인입니다. 정말 귀부인 같습니다.” “아니요. 나는 담배꽁초 같은 여인입니다. 사람들이 담배에서 달콤한 것만 빨아 먹고 꽁초는 내팽개칩니다. 뭇 남자들이 내 육체에서 달콤한 것만 빨아 먹고 내 육체는 꽁초와 같이 버리고 있습니다.”

“아니요, 분명히 당신은 귀부인이요.” 그리고 라만차는 말을 타고 유유히 달려 사라졌다. - 시간이 흘렀다. 라만차가 숨을 몰아쉬며 죽어가고 있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 때 귀부인이 나타나서 곁에서 말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라만차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물었다.

“나는 창녀였지요. 많은 남자들이 나를 멸시하고 죽이려고 할 때 당신만은 나에게 귀부인이라고 말해주었지요. 그 때 나는 생각했어요.‘나는 귀부인이 될 수 있구나.’ 그리고 내 자화상을 바꾸며 노력한 결과 오늘 당신 말대로 나는 귀부인이 되었답니다. 당신의 말 한 마디가 나를 바꾸었습니다.” 

사람은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말하는 대로 되어간다. 사랑하는 사람이 말해주는 대로 본인이 변하는 것을 ‘거울자아이론’이라고 한다. 우리는 말을 잘하려고 하지 말고, 같은 말도 잘 말하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성경은 말의 권세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권세가 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사람 중에 정치인들이 포함된다. 아마도 표를 얻기 위해 책임지지 못할 무수한 말들을 여기저기에 쏟아놓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정치인들은 강도 없는데 내가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요즘 대선을 앞에 두고 말에 대하여 더 생각하게 된다. 대선을 두 달여 남겨놓은 이 시점에 양당 어디에서도 어려운 이 시대를 돌파해 갈 창의적 대안은 보이지 않고 상대방뿐 아니라 상대방 가족의 허물을 잡아 깎아내리는 모습이 가관이다.‘정권이 아니라 정치를 교체해야 한다’는 말은 옳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우리 교육수준이 세계 10위권이고,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인데도, 정치인만 되면 왜 초등교육도 안 받은 사람처럼 막말을 하며 멱살잡이 하며 싸우는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이전 정권의 업적을 애써 지우고, 정치보복이나 하는 정치지도자 있는 나라에 과연 미래가 있는가? 넬슨 만델라가 18년 만에 석방이 되어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을 때, 전임인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 대통령을 부통령에 임명하면서 ‘과거는 여는 게 아니라 닫는 것이다. 미래를 여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3월 9일이면 대통령 선거가 있다. 우리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에서도 이렇게 통이 큰 지도자, 멋진 지도자를 보고 싶다. 성자까지는 아니라도 온 백성이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대통령,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고 진심으로 나라의 미래와 백성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애쓰는 지도자를 보고 있다.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그려 본다.

대통령이 책무를 감당하다가 얼마든지 실수할 수도 있고 잘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낱낱이 밝히고 사과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 힘이 있고 강한 사람에게는 넉넉한 여유가 있다. 우리는 넘어져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털털 털고 가볍게 일어나고, 어떤 비방에도 굴하지 않고 나라와 백성을 위한 소신을 당당하게 밀고 나아가는 여유 있는 지도자를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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