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킨선교사(1865. 12. 13.-1908. 1. 2. )

전주로 이동하다
1904년 남장로교 한국선교부는 연례회의를 개최하면서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된다. 그것은 전킨을 군산에서 전주로 전임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전주에서 전킨의 활동 반경을 약 십 리 이내로 제한한다. 이런 결정은 전킨의 건강이 극도로 쇠약해져 감에 따라 내린 조처였다.
구암예수병원 원장인 다니엘(Dr. T. H. Daniel) 의사는 그에게 전주에 가서 쉴 것을 선교부에 건의한다. 군산 바닷가의 습기가 전킨을 체력적으로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과 그의 열정적인 선교 활동으로 체력이 모두 소진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전킨의 성품상 무리한 지방 순회를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고려되었다. 그만큼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한 채 열정적으로 사역을 감당했기에 생긴 일이었다.

그러나 전킨은 군산을 떠나길 원치 않았다. 그가 개척한 군산선교부 안에는 그가 친히 건축했던 자신의 주택과 모금해서 얻어진 재정으로 설립된 구암예수병원, 그 외에도 여러 시설이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전킨의 피와 땀의 결실이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그가 군산을 사랑하고 미련을 두었던 것은, 그가 군산에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때에 자신의 첫째아들이 이질로 고생하다가 그만 하나님 나라에 가고 마는 슬픈 일을 당하였는데, 이때부터 자신의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군산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남장로교 한국선교부의 조치를 통하여 그가 개척하고 일구었던 군산선교부를 떠나 전주선교부로 이동하게 된다.
전킨이 그동안 맡아왔던 군산선교부의 불 선교사와 헤리슨(William Butler Harrison) 의료선교사가 대신 담당하게 된다. 헤리슨 선교사는 루이스빌 의대에서 1년간 의학공부를 한 다음 유니온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된다. 1894년 남장로교 선교부로부터 한국 선교사 3진으로 파송 받아 나주 선교부에서 사역하던 유진 벨(Eugene Bell) 선교사를 돕다가 전주로 오게 된다.
헤리슨은 군산에서 사역하다가 전주로 옮기게 된 리니 데이비스 선교사와 전주에서 결혼하는데, 신혼의 단꿈이 가시기도 전에 그녀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게 된다. 그래서 헤리슨은 그녀가 사역을 감당했던 군산을 지원하게 되고, 전킨이 사역하던 군산선교부의 후임자로 가게 된 것이다.
새로 부임하는 전주선교부에서의 1904년 9월에서 1905년 6월 사역 배정은 다음과 같다. 전킨은 전주교회(현 전주서문교회)와 3마일(20리) 반경의 마을들을 돌보고, 6주간 가족을 동반하여 평양신학교 강의를 하도록 명령을 받았다. 또 ‘성령론’에 대한 논문을 쓰는 일과 남학교 관리의 책임도 맡게 된다. 전킨 부인은 전주여학교 운영을 전담하게 된다.

▲조사 김필수
전킨은 새로운 사역지와 사역을 배정받아 전주로 이주하게 되면서 새로운 조사를 맞이하게 된다. 그는 김필수였는데 원래 그는 헤리슨의 조사였다. 헤리슨이 군산으로 떠나게 되고 전주로 전킨이 부임하게 되자, 전킨의 조사로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 성실하게 전킨을 도와 사역을 감당한 김필수는 신학생 후보로 추천을 받아 1년에 3개월 동안은 평양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기간은 전킨을 도왔다. 그는 전킨의 훌륭한 조력자였다. 전킨의 전주교회(전주서문교회)에서의 재임 기간 이뤄낸 큰 부흥은 김필수의 협력에 의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전킨을 전심을 다 해 도왔다. 전킨의 열정을 가까이에서 본 김필수는 후에 1908년 전주교회의 초대 장로를 거쳐 전킨이 설립한 군산교회의 첫 한국인 담임목사로 사역하며 초기 호남 선교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된다.

▲고아원 사역
어느 봄날, 전킨 선교사가 시내에 나갔다가 장터에 쓰러진 아이를 안고 왔다. 며칠 동안 먹지 못해 굶주렸던 아이가 비 오는 날 지치고 병든 기색으로 흙바닥 위에 거적때기를 깔고 누워있었다. 길을 가던 행인 중 그 누구도 소년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는 누워 신음하는 아이의 가냘픈 몸 위로 한걸음에 뛰어 넘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모습은 “어린아이가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자의 것이니라”라는 성경 말씀과도 완전히 어긋나는 일이었다.
전킨은 말에서 내려 진흙탕 속에 누워있던 아이를 안아서 말에 태웠다. 진료소로 데려온 아이는 포사이드 의료선교사의 정성어린 치료 덕분에 기적같이 살아날 수 있었다.
그리스도를 믿는 포사이드 전킨 입장에서는 이렇게 아이들을 길거리에 무심하게 방치하는 일은 하나님을 모르는 이교도들이거나 아무 소망 없이 사는 사람들이나 할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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