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천지창조의 마지막 날 자신의 형상을 닮은 존재인 사람을 창조했다. 자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은 가장 완전한 존재이자 동시에 신의 기대감을 잔뜩 품고 만들어진 존재이다.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는 오직 인간 뿐이다. 자연에서 마지막 탄생의 주인공인 인간은 하나님의 최고 작품으로 태어났다.

신의 형상을 입은 존재이기에 이 생명체는 가장 존엄하고 그 무엇과 달리 생명의 우선성을 지

닌다. 자연의 거대한 역사에서 인간의 탄생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듯 흘러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갑자기 인류 역사상 기록에 없던 일들이 발생하고 말았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인간의 탐욕이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그 욕심의 한계는 인내하지 못하고 결국 생명공학 기술까지 욕심을 내고 말았다. 그 동안 과학 기술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까지만 이었다. 인간은 자연의 피조물로서 다른 존재를 탄생시키거나 만들어서는 안 되는 나름의 금기 사항을 만들어 지키고 있었다. 그것은 생명만큼은 인간의 기술이나 도구적 가치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전통적인 가치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 만큼은 결코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가치가 인류 역사에서 지탱하고 있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생명을 수단으로 대하는 것은 절대 금기시 되는 조항이었다. 인류 역사상 인간의 생명보다 존엄한 것이 없으며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 존재는 없었다.

칸트(I. Kant)는 “인간의 생명은 수단으로 대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목적 그 자체로 대우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우선성을 제시했다. 그는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떤 것보다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며 다른 무엇과 교환될 수 없으며 동시에 비교될 수 없는 가치를 가진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인간의 생명은 그 어떤 것과 비교될 수 없을 만큼의 가치를 가진다. 그것이 지금까지 가능케 한 이유는 바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서구 전통과 역사는 기독교 역사와 일맥상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구한 서구 전통에서 신학적 인간으로서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인간이 그토록 다른 생명들과 비교될 수 없는 것은 신학적 인간의 이해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자연에서 인간의 삶의 모습들이 과학기술과 연결되면서 서서히 자연적인 존재로서의 인간,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의 모습들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서서히 신학적 인간의 모습에서 동떨어지지 시작한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생명공학 기술의 거대한 괴물을 서서히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바로 유전자 조작 기술이 그것이다. 인류의 욕심은 결국 우수한 유전자만을 골라서 선별하는 기술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탐하고 말았다. 마이클 샌델(M.Sandel)은 과학의 테크놀로지로 인해 우수한 유전자를 선별하고 그것을 탐하는 욕심을 ‘프로메테우스의 욕망’으로 부르고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재 생명공학자들은 동물의 유전자를 선별하여 우수한 유전자만을 골라서 건강한 생명체를 만드는 기술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이들은 동물의 유전자를 넘어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인간의 유전자를 선별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인간이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인간의 탄생에 대한 새로운 기술의 도전인 것이다. 말 그대로 생명공학자들이 새로운 인간을 탄생시키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들은 이제 ‘신놀이(playing God)’를 할 수 있는 시대를 열게 되었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는 기술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인간의 탄생은 오직 신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그 기술은 신의 영역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만들어내는 생명공학 기술의 미래가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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