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전도사

혼례를 올리던 날의 비극

김동훈 형제는 1897년 4월 29일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보통학교 교육을 받고, 18세 되던 1909년 약혼을 한다. 가까운 동네에 사는 덕망이 높은 요조숙녀와 말이다. 장래의 무한한 행복을 꿈꾸며 손꼽아 기다리던 혼인이었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난생 처음으로 맞는 영광스런 날이다.

혼례를 올리던 날, 얼굴엔 기쁨이 가득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 가운데 거룩한 예식을 마쳤다. 그러나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 하신 말씀 그대로, 정말 생각지도 못한 광풍이 김동훈 형제에게 불어왔다. 파란(波瀾)이 일었다. 이것이 형제의 희망을 사라지게 했다. ㅣ모든 행복을 빼앗았다. 백년가약도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 세상에 불행한 일이 많다 하여도 형제가 당한 일에 비할 수 있을까?

사정은 이랬다. 신부가 갑자기 유행성 감기에 걸려 병석에 누웠는데, 열이 너무 심해 사람을 못 알아볼 정도였다. 그러니 혼례는 어찌어찌 치렀으나 합방은 부득이 할 수가 없었다. 신혼 첫날밤을 그렇게 외로이 보내고, 이튿날 신부의 병이 빨리 낫기를 바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닷새 후에 정말 꿈에도 상상하기 어려운 전갈이 왔다.

“신부 별세” 김동훈 형제는 ‘아,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사랑하는 어머니, 그간 18년 동안 먹여주시고 입혀주시고 안고업고 길러주시고 장래를 복 빌어주신 어머니도 그 유행성 감기에 걸려, 신부가 별세한 지 5일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

아. 이제는 사랑하시던 어머니 사랑할 아내도 사라졌으니 앞으로나 뒤로나 사랑을 다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인생 그 첫 걸음이 어찌 그리 기구한가? 김동훈 형제는 이 어려운 시험을 당해 그 믿음이 잠시나마 흔들렸으나, 감사하게도 그를 예정 하시고 택하시고 세우신 주님께서 다시 그를 붙잡아 일으켰다.

10전의 올무

김동훈 형제는 그런 주님의 위로와 돌보심 속에서 사명자의 길을 결단한다.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자신의 전 생애를 주께 헌신하기로 작정하면서, 성서학원(경성성서학원, 현 서울신학대학교의 전신)의 수양생이 되었다.

형제의 성격은 좀 급한 데가 있었다. 도량도 좁고 고집도 좀 있다는 평을 들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도 제일 먼저, 또 제일 많이 질문하는 사람이 형제였다. 그 질문 또한 배우고자 함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앞세워 교수조차 이에 따르도록 종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동창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의견이 강하니 호평을 얻지 못하였다.

그러던 1921년 가을, 우리 성서학원에 성령의 부흥이 일어나 온 학원을 태울 때, 곧 남녀 학생과 직원을 다 태우고 전국으로 번져가던 그 불길에 김동훈 형제 또한 타게 되었다. 이때 형제는 바스러지고 통회 하는 심령으로 주의 제단 앞으로 나아갔고, 크나 작으나 드러난 것이나 드러나지 않은 것이나 할 것 없이 죄라는 죄 모두를 자백했다. 비로소 그의 심령은 중생의 은혜를 받게 되었고, 새로운 생명을 얻은 기쁨으로 충만케 되었다.

그러나 아직 형제의 경험이 유치하였다. 그 사실로 한 가지 일화가 있다. 자기가 은혜를 받은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시험하기 위해 전차를 타고 총독부 병원으로 가는 길에 은근히 여자를 주목하여 보았는데, 마음이 평안하여 조금도 불결한 기분이 일어나지 아니하더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좌우간 이때 형제는 그 받은 은혜로 불끈 불끈 하던 시대였다.

이렇게 새생명 가운데서 기뻐하고 감사의 삶을 보내던 어느 날 이 기쁨, 감사, 찬송을 다 도둑맞게 되었다. 그 사실은 곧 이것이다. 어느날 종로 어느 잡화상점에 가서 1환을 내고 공책을 산 후 돈을 거슬러 받았는데, 별생각 없이 세보지도 않고 그냥 손에 쥐고 얼마쯤 오다가 잔돈을 헤아려 보니, 10전을 더 받은 것 아닌가? 그러나 다시 돌아가서 주기가 귀찮아, 다음에 지나는 길에 주리라 생각하고 그냥 돌아왔다. 그러고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돈을 다 써버렸고, 이제는 다신 돌려주겠다는 마음마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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