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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84)역사를 생각할 때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1.10.13 16:16
  • 호수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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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영  (본지 논설위원'속삭이는 그림들' 저자)

여행을 갈 때면 가끔 가톨릭 성지를 간다. 가령 당진을 갈 때면 솔뫼성지를 둘러보고 아산을 지날 때면 공세리성당을 횡성에서는 풍수원 성당과 공주 쪽에서는 신리성지와 황새바위 성지를 둘러본다. 기독교 신자이면서도 가톨릭이 가장 부러운 것은 그런 성지를 갈 때이다. 잘 보존된 숲과 천천히 걸으며 기도할 수 있는 십자가의 길은 고요하고 깊다. 산책 코스로도 참 좋다. 공주의 황새바위 성지는 열두 개의 빛돌이 세워져 있었는데 열두 사도를 의미하면서도 이름 없는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돌이라고 한다. 그 의미가 아름답지 않은가, 유명한 사람만이 아니라 이름 없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방법이 참으로 섬세하지 않는가, 


 강화 교동도에는 아주 오래된 교동교회가 있다. 처음 교동 교회를 네비 시키는 대로 찾아갔는데 건물의 본체 앞만 보이는 폐허였다. 종 없는 커다란 종탑이 교회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름의 무성한 숲 가운데서 사라지려고 애쓰는 모습은 기이하면서도 서늘했다. 지붕 없는 사이로 거침없는 여름날의 빛이 쏟아져 내렸고 낡은 성경책이 부서져 내리는 풍경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어느 블로거는 아예 폐허 방문기라는 타이틀로 그곳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시 주소를 입력하고 나서야 오래된 교회를 찾아갈 수 있었다. 팻말도 없고 수풀이 우거진 속에서 파란 양철 스레트? 양철? 지붕이 보였다. 지붕 아래 빨간 나무 십자가가 선명했다. 회벽칠 된 벽과 뒤틀린 격자 창문들이 세월을 담고 있었다. 나무로 된 종탑은 과거의 영화를 보여주려는 듯 두툼하고 완강해 보였지만 풀도 베지 않아 사람의 손길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알고 보니 바로 이 교회가 1899년 세워진 교동교회의 첫 교회였고 폐허 교회는 두 번째 교회 그리고 세 번째 교회는 지금 동네안에서 아담한 벽돌 건물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한때는 황해도 연백 평야와 겨우 3KM, 그래서 사람과 물자의 왕래가 잦은 요지였고 옛 교동도 선착장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세워진 유서 깊은 교회였다. 1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교회는 세 번 지어졌는데 세 교회를 이어주던 사람들의 스토리를 담아 교회의 길을 이어준다면 어떨까, 


 며칠 전 이천에 갔을 때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엘 들렀다. 가을비 내리는 날이었다. 사람이 거의 없어선지 아주 쓸쓸해 보였다. 기독교문사 대표 한영제 장로는 ‘기독교백과사전’을 편찬하면서 한국 교회사와 일반 종교사, 민족 운동사, 향토사에 눈을 떴다. 그는 청계천 고서점과 일본의 고서점을 다니며 수많은 자료를 수집해서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을 세웠다. 상설 전시관에는 오래된 고서뿐 아니라 언더우드가 쓴 타자기와 찬송가를 담은 LP판, 자녀들의 금주 금연 순결서약까지 기록되어 있는 1870년대에 만든 가족 성경도 있었다. 매해 새로운 계획을 세워 특별 전시를 한다고 했는데 올해는 제임스 게일(1863~1937)에 대한 전시가 있었다. 게일목사는 연동교회에서 오래 목회를 했던 캐나다의 선교사였다. 그는 한영자뎐(사전)'을 만들었고 존 번연의 소설 <천로역정>을 최초로 번역했으며 <구운몽>,<춘향전>,<흥부전> 등 고전소설을 영어로 번역하여 세계에 알렸다. 그 시절 한문보다 천시받던 어문이 선교사들에 의해 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박물관 관리자의 말에 따르면 전시되고 있는 자료 외에도 수없이 많은 자료가 박물관 수장고에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즐겨 찾아오는 크고 아름다운 박물관을 생각해보았다. 교회의 생명인 전도의 개념도 확장할 때가 되었다. 우리들 교회만 크고 높게 올릴 게 아니라 이런 좋은 자료들을 잘 발굴해서 교회의 역사를 기록해간다면 그 자체로 교육이며 성찰이며 생명을 살리는 전도가 되지 않을까, 믿는 사람들은 보고 배울 것이고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쉼과 함께 복음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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