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 숭실대학교)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생활용품 가운데 플라스틱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무더운 여름이 지속되면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생수 한 병을 들고 다니면서 목마름을 해결한다. 길을 걸을 때 손에 든 것은 생수가 담긴 플라스틱 병만이 아니다. 시원한 커피를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울 정도로 폭염이 가득한 일상에서 누구나 아이스 커피 한잔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들고 다닌다.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생수와 커피를 담는 용기는 일회용 플라스틱이다. 우리 생활에서 사용하는 용기나 다양한 그릇의 비중을 생각해보면 거의 플라스틱 용기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수저와 밥 그리고 국그릇을 제외하고는 용기가 플라스틱 재료일 것이다. 물론 수저도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수저만큼은 스테인리스를 권장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유용하게 쓰인다. 

  그러나 플라스틱이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는 것 만큼 피해를 보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인류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대신 플라스틱은 인류를 파멸로 몰아넣고 있다. 플라스틱의 역습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플라스틱이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는 시간은 무려 400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간혹 뉴스에서 플라스틱으로 인해 죽어가는 해양 생물들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물에 걸려 죽어가는 거북이와 플라스틱을 삼켜서 죽은 고래들 그리고 물고기 배 속에서 나오는 많은 플라스틱 조각들에 관한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미세 플라스틱은 인간에게 더욱 위협적이다. 알게 모르게 생활용품에서 버려지는 미세 플라스틱은 알갱이 형태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들은 너무 작아서 분리되지 않고 강이나 바다로 유출된다. 물에 서식하는 다양한 해양 생물들은 자연스레 물 속에 녹아있는 미세 플라스틱을 삼킨다. 이것을 삼킨 물고기는 다시 우리 식탁위에 여과 없이 올라온다. 결국 우리가 버린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 사슬의 최고 꼭대기 층에 있는 사람의 입으로 고스란히 들어오고 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다시 우리들과 아이들의 먹을거리에 숨어 들어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 대략 97%가 플라스틱이 환경에 심각한 오염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인지한 듯, 대다수 사람들이 플라스틱 분리수거에 참여하고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여나가고 있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차고 넘치기만 한다.

  몰트만(J.Moltmann)은 우리는 자연에 대해서 도구적 가치가 아닌 목적의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은 창조자가 부여한 그리고 창조자의 섭리가 녹아있는 본래적이고 내재적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을 언제부터인가 도구적으로 간주하고 인류의 편리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연의 본래적 가치와 의미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에 자연은 인간의 편리함과 도구적 수단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는 자연을 인간의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있으며 자연의 모든 대상을 도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가 자연을 인간의 편리함에 지나지 않는 수단으로 간주한다면 자연은 우리에게 처참한 보복을 가할지도 모른다. 이미 자연의 보복은 곳곳에서 시작되었다. 앞으로 자연은 인류에게 점점 더 가혹한 방법으로 여러 재앙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연의 여러 생명들과 함께 피조물에 불과한 존재이다.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인간은 결코 창조 세계의 중심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자연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주인으로 착각하고 있다. 자연의 중심에는 창조자가 존재한다. 자연의 주인은 하나님이다. 창조자는 자신의 궁극적 완성을 위해 거대한 자연의 역사를 구축한다. 자연의 흐름도 창조자의 거대한 섭리 가운데서 순환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부터인가 자연의 시계를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다. 생태의 시간은 천천히 그리고 순리대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시간을 빠르게 돌리고 있다. 자연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 갈수록 자연이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다 주는 시간은 빨라질 것이다. 자연의 시간은 인간의 개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오직 자연의 시간은 하나님의 주권에 달려 있다. 그것이 바로 자연의 시간인 것이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