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  (제일교회 담임)

‘드루 보이드⦁제이컵 골든버’그가 쓰고 ‘이경식’이 옮긴 (출판:‘책읽는 수요일) 「틀안에서 생각하기」의 한 대목을 옮겨봅니다.

1950년대에 미국의 제너럴밀스는 ‘베티 크로커’라는 유명한 브랜드 아래 케이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재료가 들어 있는 케이크 믹스를 출시했습니다. 우유와 달걀도 분말 형태로 들어가 있어 만드는 방법이 매우 간단합니다. 바쁜 주부에게는 시간과 노력을 덜어주는 데다 조리법도 쉬어서 실수할 일이 전혀 없습니다. 제너럴밀스는 손안에 성공을 움켜쥔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신제품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제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심리학자들에게 의뢰했습니다.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죄의식 때문이었습니다. 이 제품을 사용해서 케이크를 만들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케이크를 만들 때보다 시간이나 노력이 엄청나게 절약됩니다. 맛도 좋아 음식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찬사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수고로움이 없이 확보한 여유시간과 찬사는 오히려 남편이나 손님들을 속이는 것과 다름없다는 죄의식을 만들어 내고 만 것입니다.

제너럴밀스는 주부들의 죄의식을 정면으로 대응하는 광고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과 다르게 그 신제품을 덜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주부가 케이크를 만들 때 물 외에 달걀을 직접 첨가하도록 했습니다. 기존의 케이크 믹스 제품에서 달걀 분말을 빼고 ‘달걀을 첨가하세요!’라는 구호를 붙인 새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주방에서 믹스를 섞고 오븐 앞에서 기다리는 주부들의 수고로움을 함께 광고했습니다. 매출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주부들의 호응이 대대적으로 일어난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에 추가로 쏟은 시간과 노동 덕분에 주부는 자기가 직접 케이크를 만들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달걀 분말을 생달걀로 대체하는 단순한 행위를 강조함으로 인스턴트 케이크를 보다 의미 있고 성취감 있는 요리로 격상시킨 것입니다.

위의 글을 읽으며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아니 어쩌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의문과 그 해답의 고리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읽게 되었습니다. 왜 하나님은 우리에게 때로 고난의 수고를 주시는 것일까 하는 의문입니다. 아주 조금, 그것도 아주 조금만 도와주시면 그냥 모든 것이 해결되고 어려움도 없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인데 말입니다.

베이스캠프보다 정상을 먼저 정복하고 싶어 하지만 이런 결과는 인생의 공허와 근본적인 좌절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인생의 수고와 노력이 없다면 어쩌면 우리는 위의 주부들이 느꼈던 죄의식과 같은 것들 속에 살아갈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풍성하고 행복할지 모르지만 성취도 희열도 없는 삶에 만족할 수 없을 것입니다. 땀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니 자연스럽게 인생의 의미도 찾지 못할 것입니다. 베이스캠프보다 정상을 먼저 정복하고 싶어 하지만 이런 결과는 인생의 공허와 근본적인 좌절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도 또한 알았도다.”(전 3:13) 솔로몬의 부귀영화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수고로움이 없고 고통과 좌절도 경험해 본바가 없는 그는 인생 말년에 헛되고 헛되다는 한탄의 결말 속에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것이 하나님의 선물인줄을 알았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고난 혹은 수고를 주님의 배려외 깊은 뜻으로 안다면 삶의 태도가 달라질 것만 같습니다. 주님이 어려분과 함께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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