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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영 목사 (제일교회 담임) |
‘마틴 슐레스케’ 작, ‘유영미’ 역의 『가문비 나무의 노래』(출판:니케북스)에서 일부를 옮기며 상념에 젖어 봅니다.
고지대에 빼곡히 자라는 나무들은 바이올린 제작자에게 가히 은총입니다. 이런 곳에 곧추선 가문비나무는 아주 위쪽에만 가지가 나 있습니다. 밑동에서부터 40-50미터까지는 가지 하나 없이 줄기만 쭉 뻗었지요. 바이올린의 공명판으로 사용하기에 이보다 좋은 나무는 없습니다. 저지대에서 몇 년 만에 서둘러 자란 나무는 고지대에서 2-3백년 넘는 세월 동안 서서히 자란 가문비나무와 견줄 것이 못 됩니다. 저지대의 온화한 기후 속에서 빨리 큰 나무는 세포벽이 그리 단단하지 않습니다. 이런 나무는 나이테의 폭이 넓고 늦가을까지 계속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냅니다. 늦여름과 가을에 만들어지는 부분을 '추재(Late wood)'라고 하는데 추재 비율이 높은 나무는 세포벽이 두껍고 섬유가 짧습니다. 또 줄기 아랫부분까지 가지가 무성하지요. 이런 나무로 바이올린을 만들면 매력적인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울림의 진수가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산의 거장들은 다릅니다. 고지대의 가문비나무들은 천천히 자라면서 아래쪽 가지들을 스스로 떨굽니다. 어두운 산중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쪽 가지들은 빛을 향해 위로 뻗어 오르고, 빛이 닿지 않는 아래쪽 가지들은 떨어져 나가지요. 바이올린 만들기에 딱 좋은 '가지 없는 목재'가 바로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수목 한계선 바로 아래의 척박한 환경은 가문비나무가 생존하는 데는 고난이지만, 울림에는 축복입니다. 메마른 땅이라는 위기를 통해 나무들이 아주 단단해지니까요. 바로 이런 목재가 울림의 소명을 받습니다. 온 마음을 기울여 바이올린으로 탄생할 만한 나무를 찾았을 때, 바이올린 제작자의 가슴은 높이 뜁니다.
가문비나무에 이런 비밀함이 있다는 것이 참 신비롭습니다. 나무가 자라기에 척박한 고지대에서 40-50미터 높이의 큰 나무로 자란 가문비와 온화한 기후의 저지대에서 빨리 자란 가문비와의 차이에서 우리의 인생을 보는 듯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고지대의 가문비가 되기보다는 저지대의 따듯한 환경 속에서 자란 가문비가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인생의 여정이 아니라 좀 더 쉽고 편안한 인생의 길을 달려가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나무가 자라기 어려운 고지대에서 자란 가문비는 바이올린이 되어 아름다운 음악을 품을 수 있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자란 가문비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인생의 길을 걸어가며 어떤 가문비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까?
“우리는 모두 쓰임 받는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쓰임 받는 사람, 별과 같이 빛나는 사람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고지대의 힘들고 척박한 환경을 이기고 자란 나무는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저지대의 따뜻함 속에서 자란 가문비는 결코 이런 귀함을 품을 수 없습니다. 최고의 악기가 될 수 있는 가문비는 우연히 되어지지 않습니다. 가문비 숲속에서도 가장 척박한 곳, 가장 어려운 곳 바로 그곳을 이겨낸 단 한그루의 나무만이 최고의 나무가 됩니다. 하나님 앞에 우리는 모두 쓰임 받는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최고로 쓰임 받는 사람, 별과 같이 빛나는 사람 또한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더 혹독한 조건을 이겨내야 할 것입니다. 때로는 덜 먹고 덜 입고 덜 모으고 덜 누리며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잘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소금과 빛이 되는 길입니다. 그 길을 의연히 걸어갈 수 있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마7:13-14)” 귀한 바이올린으로 탄생할 만한 나무를 찾았을 때 울린 제작자의 가슴과 같이 귀하게 쓰임 받을 여러분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하며 떨려오는 제 가슴을 부여잡아 봅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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