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  (제일교회 담임)

꽃에 관한 한,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지금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허전한 세대이다. 어렸을 때 태평양전쟁 중이라 꽃은커녕 인형 하나 갖지 못하고 살았고, 시골에서 살았다 해도 꽃의 아름다움이나 생김새보다는 먹는 식물이냐 못 먹는 식물이냐를 우선 구별하며 살았다. 6학년 때부터 3년간 혹독한 6.25를 치루었다. 부산 영도 가는 길에 천막을 치고 공부한 중학교 생물 시간에도 꽃은 거의 관심 밖이었다. 다시 말해 꽃 같은 걸 살필 그런 경제적이나 정신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 환도하고도 고등학교에선 식물, 특히 우리 꽃에 대해선 거의 가르치지 않았다.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도 꽃집도 없었다. 설사 전차 종점쯤에 하나쯤 있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을 사는 것은 물론 꽃집을 윈도 쇼핑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 나이 또래의 신인 작가들의 글에 꽃의 삶이 드러나는 일이 별로 없다. 들에서 피는 꽃은 들꽃이고 가을에 피는 꽃은 가을꽃이다. 들에 피는 국화 종류의 꽃은 모두 들국화이다. 그래서인지 문학 동료들의 작품 가운데서 꽃에 대한 묘사나 서술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여름꽃인 밤꽃은 초봄 언덕에 그것도 ‘일찍’ 피우게도 하고 벚꽃이 진 다음 좀 있다가 돋아나기 시작하는 감잎(감꽃은 물론 훨씬 더 후에 피기 시작한다)이 같은 장소에서 벚꽃과 동시에 풍성히 나무를 감싸고 있는 풍경을 만들기도 한다. 깊고 높은 산 속에서 사는 가문비나무를 도시 쓰레기장 근처에 서 있게도 한다. 이런 것을 열거하다 보면, 문득 슬퍼진다. 꽃에 대한 지식 부족이 아니라 주위 사물에 대한 애정 부족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는 청년의 때, 산꾼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등산을 좋아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리지 않고 등산을 즐겼습니다. 덕분에 산우(山友)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작가의 글을 읽고 보니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산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면서 등산할 기회가 생기면 가이드처럼 길을 안내하곤 했습니다. 이때 꽃들과 나무들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꽃 이름을 물어오면 그냥, 노랑꽃, 분홍꽃, 예쁜꽃, 아직 덜 핀 꽃 등등으로 웃음을 자아내고만 말았습니다. 산행 초입을 지나면 더이상 꽃과 나무들에 대해서 묻는 이들이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산은 좋아했지만, 자연에 대한 사랑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 나아가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위해 조금만 공부를 했어도 더 많은 것들을 알려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스며 옵니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를 어찌 꽃이나 나무에만 비견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인 우리가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 정작 그 신앙의 바탕이 되는 성경을 얼마나 읽고 또 얼마나 알고 누군가에게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2013년 미국인들의 성경 읽는 시간을 조사한 라이프웨이 리서치 결과를 보면, 교회를 다니는 사람 중 19%만이 매일 성경을 읽는다고 합니다. 예배 시간을 제외하고 성경을 전혀 읽지 않거나 거의 읽은 적 없다고 응답한 비율(19%)과 동일한 수치입니다. 응답자의 36%는 성경을 (예배 외에) 한 달에 한 번 이상 본다고 응답했지만 너무나 작은 수치가 아닌가요? 미국인들의 독서량 최근 발표에 따르면 1년 평균 10.8권이며 한국인의 경우 2.7권이라고 합니다. 일반 도서에 대한 독서량이 4배정도 차이라고 보면 한국교인의 성경 읽는 비율도 짐작이 될 듯합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딤후 3:16-17)”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배우고 익히는 일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쏟으며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까? 성경을 읽고 배우는 일에 전념하며 굳건한 믿음의 기초를 세움으로 복음의 전달자가 되는 여러분을 기대합니다. 주님이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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