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 제일교회 담임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는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시이다. 「엄마야 누나야」를 미시적으로 읽어보자.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먼저 시의 화자가 어디에 있는지 그 위치와 행방을 물어야 한다. ‘나’는 어디에 있나? 뜰과 뒷문으로 유추할 때 ‘나’는 집에 머물고 있다. 집은 바깥세상의 위험과 난관을 회피하고 숨는 은신처이자 생활의 중심점이다. 집은 사적인 세계 그 자체, 실존의 내밀함을 보호하는 장소이다. 그다음 놓쳐서는 안 될 것이 “엄마야 누나야”라는 부름, 호격조사의 등장이다. 누군가를 부른다는 것은 그 화자의 공간에 누군가가 부재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 부재로 인해 ‘나’의 현존 공간은 쓸쓸함으로 물든다. 이 회색빛 우울을 머금은 정조를 배경으로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이 더 찬란하게 빛난다. 이 반짝임은 슬픈 반짝임이다.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노래는 신명나기 보다는 쓸쓸함을 품는다. 여기에 엄마와 누나가 없기 때문이다.

시와 화자 내면에는 강변 집에서 오순도순 살려는 소망이 일렁인다. 이 소망 공간에 “엄마야 누냐야”를 초대하는데, 부재하는 그들이 합류할 때 목가적 삶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왜 아빠와 형이 아니고 엄마와 누나인가? 문면(文面) 뒤에 숨은 시의 화자는 어른-아이에 머물고, 부성의 원리를 습득하지 못한, 그래서 아직 부성 영역에 들어가지 못한다. 어른-아이는 모성 영역에 대한 향수병을 앓으면서 자꾸 어린 시절로 퇴행한다. 어른-아이는 신체는 어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모성 영역에서 겨우 젖을 뗀 채 머문다. 아버지가 되지 못하는 존재는 아버지의 권력을 승계하지 못한다. 정신분석가들에 따르면 이들은 “상징적 위치 교대”를 하지 못하는 미성숙에 머문 존재들이다.

우리가 참 좋아하는 시 중의 하나입니다. 신앙적 측면에 대입해 본다면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노래하는 신앙인들이 많지 않을까요? 엄마야 누나야 교회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교회 살자. 여기에서 나는 어디에 있습니까? 교회 안에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교회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교회 밖으로 나가 교회 안에서 받은 은혜로 살아가며 그 은혜를 나누어주어야 합니다. 금모랫빛이 가득한 뜰만이 아니라 뒷문 밖으로 나아가 갈잎이 서걱되는 죄와 죽음의 원리가 작용하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안전하기만 한 교회에서 벗어나 위험천만한 세상에서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영혼들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어른-아이인 교회-아이에서 벗어나 아빠와 형아가 되어 복음의 문을 열어야만 합니다.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행1:8b)고 하셨기에 세상은 피할 곳이 아니라 복음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안전한 교회 안에만 머물러 있고, 교회 안에서만 섬기고 봉사하고 나누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위 시의 목가적인 삶이 과연 이루어졌을까요? 아빠와 형아가 있을 때 안전한 곳에서 새 힘을 공급해 주는 엄마와 누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를 통해 은혜를 받기만 하고 교회 안에서의 활동으로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복음을 듣고 나아가는 아빠와 형아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좋은 소식을 전하며 평화를 공포하며 복된 좋은 소식을 가져오며 구원을 공포하며 시온을 향하여 이르기를 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 하는 자의 산을 넘는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사52:7)”라고하신 주님은 우리가 교회를 넘어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교회는 나를 존재케 하시는 존재자의 원대함을 확신하는 용기를 충전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그 원대함을 드러나야 하는 곳입니다. 주께서 복음을 들고 나아가는 여러분과 함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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