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제13대 총장, 동 대학 명예교수

V. 문서설에 대한 비판

주제가 이스라엘 전통과 관련되었을 때는 야웨가, 주제가 일반적 전통에 관련될 때는 엘로힘으로 쓰였다. 그러나 서로 혼돈되어 나타나는 예가 종종 있다. 또한 하나의 본문 속에서 한 신적 존재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성경 외의 고대 근동의 문헌들에서 꽤 흔한 일이었다. 오경의 저자는 지혜문학적 측면을 논할 때는 엘로힘을, 특별계시를 강조하는 때는 야웨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오경 저자는 야웨나 엘로힘의 명칭을 모두 다 알고 있었고, 이스라엘 족장들이 엘, 엘로힘, 엘샤다이의 명칭으로 그들의 하나님을 부르고 숭배했다 하더라도 그 하나님은 바로 모세에게 계시된 야웨 하나님이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야웨 명칭을 모세 이전의 초기 역사에도 소급해서 사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도 바울 한 사람의 서신에서도 ‘예수’ ‘예수 그리스도’ ‘그리스도’ ‘그리스도’ ‘그리스도 예수’ ‘주’ ‘주 예수’ ‘주 예수 그리스도’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데, 그 하나, 하나를 다른 자료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소위 엘로힘 문자라는 부분에도 야웨 명사가 나타나며(창 7:9f), 야웨 문서라는 부분에도 엘로힘 명칭이 접합되어 나타난다(창 2:4,5,7,8,15-16,18,19,21,22). 이것들을 일일이 어떻게 분류하여 따로따로 취급할 수 있겠는가?

3. 중복과 병행이나 반복의 내용을 가지고 문서 분석의 강력한 논증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상 주해의 문제이다. 예를 들면, 창세기 1장의 창조는 총체적인 창조의 광경이 나온다. 여기에는 끝없이 변하는 존재의 범주들을 방대한 질서 속으로 통합하는 종합적 의도가 나타난다. 그래서 하나님은 피조물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않고, 초월적인 세계에 거주하는 초월적 존재(atranscendental Being)로서 자기 자신을 계시하신다.

2장의 창조 기사는 사실은 1장에서 취급하지 않은 부분을 세밀하게 설명하려는 의도가 있다. 1장에서 하나님이 자기의 형상대로 남자와 여자를 창조했다는 짤막한 언급만 하고, 2장에서는 그 남자와 여자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창조했으며, 에덴동산에서 어떤 환경과 조건이 주어졌는지 설명하고 있다. 즉 2장에서는 야웨 하나님이 직접 나타나서 그의 피조물인 사람과 그 밖의 모든 피조물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차이를 나타낸다. 하나님의 피조물을 대하는 다른 면을 세심히 묘사하고 있다.

셈어계 문헌들의 문체에 대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런 중복, 반복들은 어떤 효과를 얻기 위한 의도적 사용이다. 이런 중복기사들이 사실은 “의도적으로 사용된 문학기법”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이것을 “정형화된 장면들”(Type scenes)이라 부른다.

반복과 병행에서 기자는 하나의 사건과 내용을 다시 상세히 설명할 수도 있고, 한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설명할 수 있고 기술할 수 있다.

한편 성서 기사 자신도 당시에 있던 문서를 참고하여 썼다고 해도 잘못이 아니다. 그 당시에 내려오던 구전(口傳)과 문서기록이 있었다면, 그것을 성령의 인도하에 사용하여 여러 각도에서 의도적으로 중복과 병행으로 기술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꼭 상관없는 문서를 후대에 편집자가 편집했다고 취급할 구체적 근거는 없다. 원저자가 나름대로 내려오는 구전과 문서를 사용하여 성서를 작성할 때는 그 나름대로의 목적과 의도가 있어서 성서 내용을 전개시켜 나갔다고 보겠다.

그렇기 때문에 성서에 나타나는 반복이나 병행 등은 원저자의 의도적인 반복 내지 병행이지, 후기의 편집자의 편집 과정 속에 우연히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중복과 반복이 성경에 있는 것은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4. 내용의 모순과 불통일에 관하여는 그 내용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모세의 장인 이름이 르우엘과 이드로의 차이가 있다 하여 전혀 다른 문서로 구분함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최종진 박사(구약학)  dsglory36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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