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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의 Book-Life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1.03.11 12:15
  • 호수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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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교회 담임

권정자 외 19분의 어머님들이 쓴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출판:남해의 봄날)에서 일부를 옮겨봅니다.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글을 배우지 못했던 어머님들이 여든이 넘어 글을 배워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낸 책입니다. 글은 분명 서툴지만, 제목처럼 글을 몰랐던 것이지 인생을 몰랐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대로 표현해 내고 있어 진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안안심 어머님의 글 몇 편을 짧게 옮겨봅니다.

<나락 한 섬> 못 먹는 돼지고기와 오징어가 갑자기 먹고 싶었습니다. 시어머니는 눈치를 채고 오징어를 한 축씩 사다 줬습니다. 그렇게 호강하며 입덧을 했는데 사흘을 돌려도 애기를 못 낳고 의사를 모셔다 딸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나락을 한 섬이나 달라고 했습니다. 시어머니는 물짠 가시내를 낳고 나락 한 섬을 줬다고 매일 잔소리를 했습니다. 나는 날마다 시어머니 눈치를 보며 숨도 크게 못 쉬었습니다. 그런데 그 딸이 커서 나한테 제일 잘합니다.

<화난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당목 천을 잘라 놓고 시아버지 옷을 만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소 풀을 먹이러 나가셨습니다. 나는 손바느질로 옷을 만들어 놓고 소죽을 끓이는데 애기는 울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시어머니가 들어와 소여물에 닭똥을 싸 놨다고 집에서 뭐 했냐고 야단을 쳤습니다. 나는 닭똥을 들어내고 소죽을 끓이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사랑방에서 시아버지가 쫓아 나와 말대답을 했다고 학자 집안에서 그따위로 배웠냐고 난리를 쳤습니다. 나는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는데 남편이 그러려고 남의 집 딸을 데려왔냐고 한마디 했습니다. 그 뒤로는 시부모님이 정말 잘해 주셨습니다.

<고마운 친정 오빠> 딸을 하나 낳고 첫아들을 낳았는데 장애아를 낳았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남편은 화를 내며 다시는 자식을 낳지 말고 남남처럼 살자고 했습니다. 한쪽 다리가 휜 아들을 낳은 죄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살았습니다. 아들을 데리고 친정에 갔습니다. 친정 오빠는 우리 아들 다리를 보고 깜짝 놀라 광주 병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수술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시댁에서는 병원비가 많이 나왔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나는 아들을 데리고 시댁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나무밭에 숨었다가 친정집으로 갔습니다. 다음날 남편이 데리러 왔습니다. 그때 친정 오빠 덕분에 아들 다리도 정상이 되었고 남편하고 사이도 좋아졌습니다.

우리 어머니들이 여자로 태어난 것이 무슨 죄라도 되는 듯 이렇게 참고 살았는지 싶어 가슴이 먹먹합니다. 어머니들은 자식을 감싸 안고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며 말없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문득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는 시가 생각이 납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어머니께 전화 한번 드려야겠습니다. 책의 제목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예수님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쩌면 예수님을 알았더라면 우리보다 더 잘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알아서 그렇게 잘 섬기고 나누며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며 잘 살았나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7:3)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러므로 저들을 색안경을 쓰고 대하지 맙시다. 예수님을 알기만 했으면 어쩌면 우리보다 더 잘했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을 아름다운 것으로 보며 위로와 격려를 보냅시다. 그래야 복음의 문이 열립니다. 자기의 삶을 죄에 빠진 인생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의 말을 듣겠습니까? 저들의 삶을 아름답게 볼 수 있어야 저들을 품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야 신앙의 신비가 나타납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십니다.

유트브 채널 " 책 읽어 주는 키다리 목사"에서 영상 제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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