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제13대 총장, 동 대학 명예교수

II. 오경의 저자문제

3. 오경 비평의 표준

1) 신명칭(神名稱)의 다양한 사용

엘 샤다이: 아브라함을 비롯한 족장의 하나님으로 알려진 ‘전능의 하나님’으로 번역된 명칭이다(창 17:1 출 6:3).

엘 올람: 창세기 21:33에서 ‘영생의 하나님’으로 브엘세바(Beersheba)와 관련된 신명칭이다.

엘 엘리욘: 창세기 14:18-20에 살렘 왕과 관련하여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으로 나타난다.

엘 로이: 창세기 16:13에 하갈이 사래를 피하여 광야에 있을 때, 하나님께서 이스마엘의 잉태와 자손의 장래를 약속하자 그 하나님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으로 불렀던 명칭이다.

대체로 구약 5경에서 사용된 신명칭은 ‘엘’(EL)과 관련된 신명칭들과 특별히 ‘엘로힘’(Elohim). 그리고 ‘야웨’(Yahweh)의 신명칭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오경 비평과 문서실에서 문제 삼는 것이 바로 신명칭 사용의 차이점이다. 즉, 각기 다른 신명칭을 사용했던 문서들을 편집하다 보니 그런 차이 있는 신명칭 사용의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2) 내용의 중복과 병행

하나의 사건이나 기사가 두 번 혹은 세 번 반복, 혹은 중복되어 나타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천지창조 기사가 1장(1:1-2:4a)과 2장(2:4b-25)에 나오고, 아브라함이 자기 아내(사래)를 누이 동생으로 가장시킨 일이 두 번 반복(창 12;10-20. 20:1-18)해서 기록되었고, 아브라함이 아들(이삭)을 얻게 된다는 약속을 세 번 말하고(창 15:4, 17:16, 18:10), 이삭이란 이름의 뜻을 네 번이나 말한다(창 17:17-19, 18:12-13, 21:6a, 6b). 이런 중복과 반복은 문서설을 뒷받침해 주는 가장 결정적 증거 중 하나로 본다.

3) 내용의 모순과 불통일

본문 내용에서 발견되는 종교와 윤리적 차원에서의 모순성, 예배의 양태나 국가적 문제들에 관한 견해차, 그리고 공동생활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풍속 등을 중요시하여 오경 비평의 문서설을 주장한다.

예를 들면, 창조 기사에서 창세기 1장에는 7일 간 창조로 식물, 동물, 인간의 순서로 되어 있고, 2장에서는 하루 동안의 창조로 인간, 동물, 식물의 순서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홍수 기사에서는 창세기 7:12에 홍수 기간이 40일로, 7:24에는 150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야곱과 이스라엘, 모세의 장인에게 르우엘(출 2:18)과 이드로(출 3:1, 4:18-. 18:1-12)란 다른 이름이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탐군의 가나안에 대한 보고가 비관적(민 13:32), 낙관적 보고(민 13:27)로 나뉜 것과 제단 세우는 장소가 출애굽기 20:24에는 어디서든 가능하고 신명기 12장에는 한 제단만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차이점 등 성서에서 이런 언뜻 보기에 모순과 견해차 같은 문제들을 거론하며 비평의 근거로 삼았다.

4) 언어와 문체의 다양성

일반적으로 본문 내용간에 어휘와 문법적 형태, 그리고 어법에서의 차이를 문제 삼는 것이다. 예를 들면 J와 E자료에서는 인칭 대명사 ‘아노키’를 사용하고, P자료는 ‘아니’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5) 연대의 불일치

오경의 내용 중에 같은 사건에 대해 연대의 차이가 있다고 보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애굽에 서 살았던 기간이 출애굽기 12장 40절에는 430년으로 되어 있고, 요셉의 나이(39세 때 형제들 입국하여 110세 죽음)와 모세의 나이를 계산하여 250여년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모순과 불통일 불일치의 내용들이 오경 속에 있는 것으로 봐서 오경은 한 사람의 저자가 기록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록들을 후대에 편집한 것이라 주장하였다. 즉 비평적 견해들이 16, 17세기에서 구체화 되고, 18세기에 이르러서는 굉장한 발달을 보게 되어 오경을 포함한 구약 전체 문헌에까지 역사적, 문학적 비판을 하게 되었다. 18세기 이후에 일어난 오경 비평의 몇 가지 단계를 다음호에서 중요한 내용만 간략하게 요약하여 설명하겠다.

최종진 박사(구약학)  dsglory36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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