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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58)사랑이 한 일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0.12.16 16:35
  • 호수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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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본지논설위원,'속삭이는 그림들' 저자)

소설이 논리적일 필요는 없다. 삶이 어디 논리에 기인해 있던가, 소설은 삶의 궤적을 그린다. 삶을 떠난 소설은 없다. 소설은 과정을 그리는 데 오랜 시간을 할애한다. 어쩌면 결론 몇 줄을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의 전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소설이다. 타인의 삶을 가장 객관적으로 그리는 장르이기도 하다. 어쩌면 진짜 삶 속에서 무수한 우연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지라도 소설은 필연적으로 논리를 품고 있어야 한다. 소설은 그 우연에 깃든 논리를 찾아내야 한다. 논리는 이해의 필수 불가결한 도구이다. 우리가 소설을 많이 읽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태어났다 죽다. 두 줄로 완성되는 인간의 삶에 하나님이 진흙에 생기를 불어넣으시듯, 사람들의 생에 생기를 넣는 글이 소설이다. 그러니 과정은 우리의 생기일 수도 있고 삶의 목표일 수도 있다.

<사랑이 한 일>은 서울신학대학 출신의 작가 이승우의 소설 다섯 편의 집이다. 그가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 한 대로 위대한 원작을 조심스럽게 가리키는 수줍은 손가락이기를 바라는, 물론 그 위대한 원작은 성경이다. 창세기는 어린아이처럼 단순하거나 믿음이라는 문에 들어서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창세기의 시작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이 말씀은 인간이나 세상만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절대 열리지 않는 비밀의 문이다. 열려라 참깨!처럼 단순한 알리바바의 주문도 콩이나 벼 보리를 사용하면 절대 열리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지지하는 우주의 탄생이라고 별로 다르지 않다. 대략 150억년 전 빅뱅이 일어났다. 우주는 하나의 점이었다. 태초의 우주가 매우 높은 온도와 밀도에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은 엄청나게 팽창해 현재에 이르고 시간과 공간 에너지가 만들어졌다. 나는 150억 년 전을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머리를 써도 도무지 감이 안 오는 시간이다.

우주가 하나의 점이라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빅뱅이라는 추론도 내겐 그저 추론일 뿐이다. 이 섬세한 인간이 먼지가 얽혀 탄생했다고? 그보다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이 문을 통과하면 진화론에 덧댄 퀼트 같은 답은 필요 없다. 그렇다고 모든 것들을 다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이 아들을 주신다고 하고 긴 세월을 기다리게 한 다음 100세에 아들을 주신다. 사라는 이미 경수가 끝났을 때다. 사라는 늙은 할매인 자기가 애기를 낳는다는 말에 너무나 웃긴다며 웃었다. 그러나 이삭은 태어났고 얼마나 사랑스러우랴, 그러더니 그 아들을 당신에게 바치라고 명령하신다. 교회에서는 이 대목에 주로 순종을 대입한다. 죽음을 불사할 순종이 우리에게 아브라함처럼 있어야 한다고, 하나님에 대한 순종은 사실 가장 잘사는 방법의 하나이다. 주님께 대한 인간의 당연한 행위일 뿐 아니라 자신의 복을 빌만한, 혹은 자녀의 복을, 그리고 사회의 복을 빌만한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께 대한 순종은 이타가 된다.

그러나 이승우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아브라함은 아들을 번제로 바치려고 나무를 준비해 사흘 길을 떠난다. 사랑하는 자에 대한 시험, 신은 아브라함을 사랑해서 네가 과연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아브라함이 그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외아들 이삭을 통한 시험을 주신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브라함에 대한 사랑의 시험은 신 자신에 대한 시험이 되기도 한다. 신 자신이 인간이 되는 길이며 신의 가슴을 졸이는, 신에게도 매우 고통스러운 시험이다. 이삭은 아브라함을 따라 걷는 사흘 길 동안 깨달음을 얻는다 그 시험은 <사랑이 한 일> 이라고, 그래서 사랑은 무서운 거라고,

신앙의 관점에서 이렇게 깊게 논리적으로 성경 속 인물들을 천착하다니…. 배우고 싶은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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