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결대학교 신학부 교수

1. 성령세례의 시기가 중생과 동시적인 것으로 보는 해석이 있다

그동안 성령세례의 개념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해석으로 양분되어 설명되어 왔다. 그중 하나는 거듭난 자에게는 누구나 성령이 내재(內在)해 계시며, 성령이 신자 안에 계신다고 하는 것은 이미 성령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설명은 성경의 내용을 근거로 한 것임이 틀림없다. 본문의 말씀과도 같이 성도들은 이미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의 몸에 접붙임을 받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령세례란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몸에 처음 접붙임을 받는 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일은 오직 성령의 중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중생은 성령세례의 결과이며, 따라서 중재한 자는 이미 성령세례를 받았다고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미 중생한 자는 성령의 능력을 받을 수 없는 것인가? 그리고 더 큰 성령의 능력을 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성령세례의 결과로 인해 중생했다고 해도, 여전히 성도들에게 필요한 정결함이나 성령의 은사나 봉사의 능력 또는 온전한 그리스도의 영에 의한 통치 등의 은혜를 얻기 위해 더 큰 성령의 능력을 구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 구태여 성령세례를 구한다고 말하지 말고 성령 충만 또는 성령의 능력을 구한다고 하면 교리적으로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성령 충만의 경험은 일생 동안 얼마든지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주로 정통 개혁주의 성령론에서 취하는 노선이다.

2. 성령세례의 시기가 중생과 구분되는 것으로 보는 해석이 있다

성령세례의 개념에 대한 또 하나의 해석은 성령세례가 중생과는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구분된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러한 해석의 근거는 성령세례의 ‘세례’라는 말 자체가 물에 흠뻑 빠지거나 어떤 것에 몰입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이는 성령에 의한 완전히 사로잡히는 체험에 강조를 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중생할 때 성령세례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중생한 이후 한동안 시간이 경과한 후에 성령에 의해 세례 되어지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성령세례는 중생과는 구분되는 경험으로 설명된다는 것이고, 따라서 성령세례란 중생할 때 신자의 영혼 속에 임하는 성령의 초기적 내재와는 구분하여 완전히 성령께 사로잡히는 체험을 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교리적으로 따르는 교단들은 주로 웨슬리안과 성결그룹에 속한 교단들과 오순절교단들이다. 웨슬리안 성결운동에서는 전통적으로 성결과 성령세례를 동일한 경험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니까 이들은 중생에서는 성령의 초기적 임재가 있지만 성결의 체험을 할 때에 성령의 충만한 세례가 임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오순절교단에서는 성령세례를 받은 초기적 증거가 방언이라고 보는 교리를 따르고 있으므로 역시 중생과는 구분된 체험으로 말하고 있다. 이렇게 중생과 성령세례를 구분하는 노선에서는 중생 이후 첫 번째 성령 충만의 체험을 성령세례라 부르고 그 후의 체험들은 성령 충만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3. 성령세례의 시기 문제보다는 능력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의 신학계와 교계에서는 ‘성령세례’라는 용어와 개념에 대한 이견을 사이에 두고 신학적으로 많은 논란을 겪어왔다. 그런데 성령세례론에 있어서 ‘중생과 동시적이냐 아니냐’하는 논제보다 더욱 실질적이고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성경에서 말하는 성령세례의 역동성에 대해서이다. 즉 ‘성령세례 받은 능력이 신자 안에 존재하느냐 안하느냐’의 실용적인 관점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이 점이 목회적인 상황에서도 중요한 것인데, 오늘날까지 한국 신학계는 성령세례의 시기에 대한 논쟁에 너무 힘을 빼앗겨 왔다.

성경에서 성령세례를 받은 분들의 기록을 보면, 그들이 중생한 사람들이건 아니면 중생 이후의 체험을 한 사람들이건 간에, 그들이 성령세례 받은 능력을 가지고 생활하며 사역했다는 뚜렷한 증거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성령세례는 단지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에서 뿐 아니라 교회사의 전통 속에도 이 경험을 증언하는 이들의 수많은 간증이 있다. 어디 그뿐인가? 현재 우리는 교계 현장에서 이 성령세례의 경험이 오늘날에도 절실히 요구되며 또 확실히 경험되고 있다는 증언을 듣고 있다. 그러므로 성령세례의 시기에 대한 논쟁보다는 직접 성령세례의 능력에 대한 논의에 초점을 맞추고 성령론을 전개하는 것이 앞으로의 신학 발전과 교회 부흥을 위해서 바람직한 방법론일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배본철 박사(교회사)  dsglory3604@nate.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