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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희 문학관 (수필)나의 허락 없었으니 금식기도 서원 취소요(민수기 30장 8절)
  • 문순희 박사(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0.10.30 11:28
  • 호수 496
  • 댓글 0

 

길이 막히면, 기쁨이 막을 내리면, 그리고 기도가 막히면

나는 나의 하나님을 향하여 절규의 외침을 올린다.

“하나님 저 금식하겠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나의 금식을 제일 힘겨워한다.

“여보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는 것은 기도뿐입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언제나 그는 반대하며 민 30장 8절

말씀을 들고 와서 남편의 동의가 없는 서원은 언제나

취소가 가능하다며, 나의 금식기도를 막는다.

아마도 개척 시절 교회 땅 구입 문제로 2개월에 한 번씩

6번의 10일 금식을 하는 동안 옆에서 지켜보기에

너무도 힘겨웠던 아픔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는 그도 역시 우리의 의지를 버려야 할 때면

“여보! 우리 금식기도 할까?”라고 제의를 한다.

주님 앞에 “나 이제 금식하지 않고 목회하게 해주세요.

다시는 금식기도 안 할 거예요”라고 때를 섰지만

지난여름 나는 너무도 분주하게 삶을 섬기기 바빠서

부족했던 기도와 하나님과의 느슨해진 관계를 회복하기

하기 위하여 방학과 동시에 제일 먼저 하나님께

10일 금식기도를 드리려고 준비하며

남편을 설득하기에 힘을 다하였다.

어렵게 허락을 얻어서 전에도 금식기도를 드렸던

수원의 칠보산기도원을 찾았지만, 때마침 장마철이라

시설이 낙후된 기도원은 온통 곰팡이 냄새와

눅눅함으로 가득하였고 하염없이 내리는 빗속에서

아픔 가슴으로 나를 바라보는

남편의 눈동자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언제든지 힘겨우면 그만하고 내려와 전화하면

밤이라도 내가 데리러 올게 작정한 10일을 못 채워도

하나님은 다 아신다. 알았지?” “끝까지 잘하고 오라고

해야지 힘들면 그만하라면 안 되지”라는 내게

그는 안쓰러운 가슴을 남기고, 나는 주님을

만나기 위한 벅찬 가슴을 준비하고

우리는 10일간의 이별을 약속했다.

미리 계획한 대로 10일 동안 하루에 10번씩 시간을

나누어 100번의 예배와 100번의 기도를 드리니

하루가 바득 하였다.

9일째 되는 날 남편은 권사님들과 함께 와서

위문을 하고 사진을 찍어두어야 한다며

사진을 찍고 나의 남은 기도를 방해하지 않기

위하여 산에 올라가 기도를 드리며 길고도 긴

마지막 날을 보냈다.

금식기도를 준비할 때는 기도제목으로 가득하지만

기도를 마치는 순간에는 나의 부족과 허물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고백한다.

“하나님의 뜻이 아닌 곳에는 나의 머리카락

하나도 옮겨 놓을 수 없습니다.

혹여 저의 마음이 흔들린다면 주님께서

막아 주시고 깨우쳐 주시고.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에

민감하도록 순종하는 영성을 허락해 주소서.”

2005년 힘겨운 여름을 보내며.

문순희 박사(본지 논설위원)  nhh12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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