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원 목사 (창조반석교회, 한국 창조과학회 이사, 한국 창조과학 부흥사회 회장, 본지 논설위원)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따개비)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 (롬1:20)

물건과 물건을 서로 단단히 붙이는데 사용하는 물질을 풀 또는 접착제(接着劑)라고 한다.

3,300년 전에 이집트인들은 목공(木工)일에 아교(阿膠)를, 종이를 만드는 데 밀풀을 각각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대와 중세의 산업에서는 밀랍(蜜蠟)과 식물성 수지를 포함하는 몇 가지 다른 유기물이 중요한 접착제로 사용되었고, 동물 조직에서 얻어낸 아교(阿膠)와 밀봉제가 개발되면서 목재와 제지의 제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19세기가 지나는 동안 접착제 기술은 고무를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상당히 발전했다. 20세기에는 합성고무와 그 화합물이 개발되어 산업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오늘날에는 수천 종의 다양한 화학 접착제가 개발되었다. 사회적 말썽이 되기도 하는 본드에서부터, 책을 제본할 때 쓰는 접착제, 유명한 3M사의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프레이 접착제와 노란 종이의 포스트잇(post it), 그리고 실수로 손가락이 들러붙어 쩔쩔 매도록 하는 순간접착제 등이 이름난 합성 접착제들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접착제는 인간이 만든 제품이 아니라, 보잘 것 없는 자연의 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접착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를 테면 바다의 동물인 따개비가 바위에 붙으면서 만들어내는 풀이나 홍합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접착제이다. 거센 파도가 밀어닥치는 해변 바위 표면에는 따개비가 빈틈없이 다닥다닥 붙어산다. 따개비는 처음에는 작은 알로 태어나고, 그 알에서 깨어나면 조그마한 벌레 모습이 된다. 이때의 어린 애벌레는 자기보다 더 작은 단세포 식물이나 동물을 잡아먹으며 자란다. 얼마 후 애벌레의 몸뚱이 둘레에 타원형의 껍질이 생겨나면, 그때부터 애벌레는 먹지도 않고 어딘가 붙어서 살아갈 장소를 찾는다. 장소는 바위도 좋고, 큰 군함 밑바닥이나 고래의 등이라도 좋다. 조그마한 껍질을 가지게 된 애벌레는 촉수를 내밀어 자기 몸을 붙여 둘만한 물체를 찾는다. 물위에 떠다니는 빈병이나 나무 조각, 거북이 등딱지 등 아무데라도 상관없다. 어딘가에 자리를 잡으면 이번에는 몸체를 그 물체에 풀(접착제)로 단단히 붙여버린다. 그때부터 따개비는 자기의 몸 둘레에 단단한 석회석 집을 끊임없이 증축한다. 따개비가 해수(海水) 속의 칼슘을 원료로 하여 그토록 멋지고 아름다운 껍데기를 정교한 모양으로 증축해 가는 기술은 그 자체부터 연구해야할 신비에 속한다. 바위에 단단히 붙어있는 따개비는 제아무리 강한 파도가 밀려와 부딪쳐도 결코 떨어지는 법이 없다. 이것은 따개비가 살아남는 데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만일 쉽게 바위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면, 당장 파도에 밀려 바닷가 모래 언덕 위로 내던져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르러 과학자들은 따개비를 대단히 중요한 생물 중에 하나로 여기고 있다. 왜냐하면 따개비가 바위에 부착할 때 쓰는 접착제의 신비를 우선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개비가 만들어내는 풀은 바위, 나무, 쇠 어디든 잘 붙는다. 젖어 있든 말라 있든, 차든지 뜨겁든지 관계없이 잘 붙는다. 뿐만 아니라 열대지방 바위이든, 북극 바다이든 차고 뜨거운 온도에도 관계없이 잘 달라붙는다. 그리고 한번 붙은 따개비 풀은 어떤 화학약품을 발라도 약해 지지 않는다. 이런 따개비가 우연히 진화(進化)의 과정에서 저절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따개비를 통해서도 창조주 하나님의 존재와 그분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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