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0.9.18 금 10:09
상단여백
HOME 독자기고 특별기고
이야기로 풀어 쓴 문준경 (40)“잊지 말아라. 너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순교자의 자손이다.”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19.12.23 17:01
  • 호수 467
  • 댓글 0
정원영 목사(문준경 전도사 문중 4대손,서울서지방 제일교회 담임)

하나님께서는 문준경의 순교의 자리에서 그녀의 마지막 증언자로 백정희를 살려내셨다. 공산 잔당들은 이 죽음의 현장에서 백정희가 아직 살아 있음을 발견하고 목숨이 질기다며 ‘그래 과연 살아나나 보자’하며 뭍으로 끌고 돌아왔다. 이렇게 백정희는 살아남았다. 검은 하늘 위에 떠 있던 달은 백사장과 갯벌을 비추고 있었지만 하나님은 그녀를 감싸 안음으로 문준경을 이어나갈 준비를 마련하신 것이다. 문준경을 이어 복음의 역할을 다한 백정희 전도사의 역사적 해석이 이루어져 신앙 유산으로 세워져야 할 것이다. 
이 두려움의 시간에 모든 주민들은 숨을 죽였다. 성도들도 두려움에 떨며 감히 나서질 못했다. 당시 주민들은 젊은 사람들을 낮에는 배에 태워 바다로 내보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조용히 집으로 돌아와 쉬게 하곤 하였다. 이날 밤 총성이 울리자 놀란 이들이 다시 바다로 도망하였다. 정씨 일가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 총성이 누구의 것인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이른 새벽 정씨 집안의 어른들이 모였다. “그래도 우리 송장인데……, 썰물에 괜찮을지 모르겠네? 우리가 나가봐야 할 것 아닌가!” 정씨 어른들이 바닷가로 향하였다. 그런데 시신은 누군가에 의해 물가로 옮겨져 있었다. 이미 썰물에 떠내려갔을 문준경과 주민들의 시신을 누군가 나와서 뭍으로 옮겨 놓고 도망하였던 것이다. 백정희 전도사도 정씨 일가들도 그리고 성도들과 지역 주민들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어둠에 몸을 숨기며 시신을 조금씩 뭍으로 옮기고 도망하듯 달아났던 것이다. 누가 먼저 나왔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조금씩 조금씩 숨죽이듯 붙들어 옮겨 놓은 것이다. 이렇게 하여 가묘처럼 조성된 죽음은 국군이 상륙한 후 각각의 문중들과 성도들에 의해 수습되어 장례가 진행되었다. 드넓은 서해 바다를 품은 증도의 모래사장, 그곳에 피어난 한 송이의 백합화는 이렇게 피어올라 오늘날까지 신앙의 유산이 되어 영원한 전도자의 길을 지금도 펼쳐내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문준경 전도사가 총탄을 맞고 쓰러진 그 순종의 자리가 새로 조성된 순교터와 도로로 인하여 사라진 것이다. 어렸을 적 필자가 서 보았던 그 자리, “원영아! 여기 서 보아라. 이 자리가 바로 할머니께서 교회와 성도들을 살리기 위해 대신 총을 맞고 쓰러지신 그 자리이다. 너 잊지 말아라. 너는 순교자의 자손이다. 너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어린 내 마음을 울리며 순교자의 자손으로서의 마음을 가지게 했던 그 표지석 자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제는 그 어떤 방법으로라도 이 자리가 복원되어야 할 것이다. 그곳에 서 보게 될 수많은 후진들이 문준경 전도사님의 그때 그 마음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 그녀의 역사를 바르게 기록하는 그 숭고함의 과제가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 문준경 전도사는 자녀를 낳지 못해 부인의 자리를 스스로 내주었다. 이 한 많은 여인은 그 모든 과정을 사랑과 양보로 희생하고 32세가 되어서야 주님을 만났다. 하지만 자신을 준비시키기 위한 주님의 예비하심으로 이 모든 과정을 해석하고 그 부르심에 응답하였다. 서남해 일대를 복음으로 변화시키고자 하신 주님의 뜻을 받들어 위대한 선교사적 역사를 남긴 것이다. 그리고 성도를 향한 목회적 희생과 순교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을 전도하고 있는 위대한 역사가 되었다. 문준경의 삶의 배경을 버림받은 여인으로 규정한다면 위대한 순교의 역사를 이야기꺼리로 국한하게 하는 역사적 오류를 범하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사랑을 받았기에 사랑할 수 있었고, 삶의 자리에 주어졌던 고난을 주님 안에서 해석하였기에 주의 일꾼이 되었고, 순교의 순종으로 그 모든 사역을 완성시켰다. 이 위대한 선진의 흔적을 이제 바르게 세워내야 하는 그 책임과 의무가 우리에게 남은 것이다. 이 책임과 의무를 다함으로 그녀의 아름다운 순교 유산이 이야기가 아닌 역사로 바로 세워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름답고 고귀한 순교 유산을 역사로 바르게 세우는 후진의 응답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좋아요 0

기독교헤럴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