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 발전 에너지를 프로이트는 성충동으로, 마르크스는 계급투쟁으로, 니체는 르상티망(분노)로 보았다. 평화를 위해 무기를 더 구입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노동자의 희생과 자본의 축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반대정파의 해체를 위해 난동을 승리로 주장하는 현재의 모습에서 우리나라를 움직이고 있는 힘은 폭력이며 분노임에 틀림없다. 교회는 어떠한가? 오늘 한국교회를 움직이는 힘과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다른가? 만약 교회도 분노라는 힘에 움직이는 것이라면 교회는 예수가 아니라 니체의 제자가 되는 것이며, 교회는 성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예의지로 살아가는 것이다. 본전생각과 피해의식이 노예의식의 핵심이며, 노예만이 갖는 최고의 장점이자 최악의 단점인 무책임이 노예의 처세술이다. 교회가 분노와 폭력의 종이 되었을 때 하나님은 언제나 말씀 안에서 새로운 교회의 길을 밝혀주었고, 이 길을 따르는 소수의 무리가 새로운 시대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했다. 2천년 전 초대교회, 5백년 전 종교개혁, 100년 전 부흥운동, 50년 전의 개혁적 교회는 세상을 폭력과 분노로부터 건져낸 그물이었고, 그리스도께서 타신 배였다. 성탄시즌에 찬송가를 부르면서 핵무장을 외칠 것인가? 아기 예수께 경배하면서 증오와 저주를 형제들에게 퍼부을 것인가? 가난한 자, 서민들을 내팽개치고 이념과 권력을 쫓을 것인가? 교회는 거짓평화가 아니라 참평화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 성탄 찬송은 내가 성육신하여 세상의 낮고 천한 곳으로 내려가는 순례곡이다.

거룩한 강단을 시장잡배의 언어가 차지하고 목사가 기도의 눈물대신 저주의 마이크를 잡고, 성경책 대신에 유튜브를 시청하며, 외진 곳을 등지고 도시로만 향하는 교회에 성령님은 계시지 않다. 사울도 선지자였더냐? 가시면류관과 세상의 왕관을 동시에 쓰는 건 불가능하다. 교회가 살길은 왕관과 자색옷을 벗고 성육신 하는 것이다. 진정 가난한 자가 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참는다. 억울한 일을 당한 경우도 참을 수 밖에 없다. 가난한 사람은 그래서 가난하고, 당하고, 또 당하고, 또 당한다. 교회가 분노하고 힘을 사용하는 것은 자기가 잃을 것이 많기 때문이고 자기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전생각과 피해의식이 있는 교회는 우리사회를 품고 세상을 향해 나가는 크루즈 선이 될 수 없고, 깃발과 노래와 억양과 족보를 가지고 갈등과 대결의 포화로 인도하는 전투선이 될 뿐이다. 이 나라와 교회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본전생각과 피해의식을 버리는 것이다. 성육신은 권력과 이익을 버리고 사랑으로 세상을 극복하는 것이다. 성탄의 빛에 이땅의 억울병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맘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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