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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풀어 쓴 문준경 (39)순교의 피가 흘러 1004이 섬을 적시다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19.12.16 16:05
  • 호수 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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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영 목사

(문준경전도사 문종 4대손 서울서지방 제일교회 담임)

문준경은 증도에서 체포된 이후 목포에 있는 정치보위부로 압송되었다. 9월28일 새벽, 목포에 도착한 문준경은 이미 국군이 상륙하여 공산 잔당들이 도망치기에 바쁜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압송하던 자들이 문준경과 그 일행을 버리고 증도로 도망쳐버렸다. 문준경은 함께 압송되던 일행의 형편을 살펴 준 뒤 급히 북교동에 있는 남편과 작은댁의 집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겁에 질려있던 아이들의 형편 또한 말이 아니었다. “아이고 내 새끼들! 조금만 참자, 조금만 견디면 된다.”아버지 정근택과 생모 소복진이 임자도에서 체포되어 강금 되어 있는 소식을 알고 있던 아이들은 큰어머니 문준경을 보자 다소 안도하는 듯 했다. 공부를 위해 목포로 나와 있던 아이들이었다. 문준경은 아이들을 단속하고 큰딸 문심에게 단단히 일렀다. “동생들 잘 보살피고 절대로 밖에 나가서는 안된다.” 이때 셋째 딸 태정이 따라 나서려고 했지만 데리고 갈 수가 없었다. 증도에 있는 성도들 염려 때문이었다. 빨리 돌아가 목포에 국군이 상륙했음을 알려야 성도들이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산당을 피해 목포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이성봉 목사님을 만나 안부를 여쭙고 증도로 돌아갈 것을 알렸다. 이 목사님은 이미 공산 세력에 의해 고문을 받고 심신이 많이 쇠약해져 있던 상태였고 재 검거를 피해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성봉 목사님은 증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예감한 듯 이사야 26장 20절 말씀을 주시며 “성경에도 ‘내 백성아 갈지어다 네 밀실에 들어가서 네 문을 닫고 분노가 지나기까지 잠깐 숨을지어다’라고 분명히 쓰여 있지 않습니까? 증동리에 우리 국군이 들어가 공산당들을 완전히 토벌하고, 수복된 후에 들어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하며 만류하였다. 하지만 지체할 수 없었다. 증도로 도망간 공산 잔당들이 증도로 돌아오지 않으면 성도들을 다 죽이겠다는 전갈을 보내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문준경은 증도로 급히 입도하게 되었다.
대초리 쪽에서 배를 내린 문준경은 집안 조카 되는 어린 정태기 목사의 집에 들러 작은 아버지께 안부를 여쭈었다. “아가야! 안된다. 증동리 가면 안된다!” 만류하는 작은 아버지를 뿌리치고 달려 나갔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 “임자에서 일이 났단다. 아범하고 애들 어멈이…….”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하지만 남편과 작은댁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더욱이 성도들을 위해서 힘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증도로 급히 내달렸다. 해가 지고, 어둠이 엄습한 시간, 지금의 순교기념관 앞쪽 바닷가, 갯벌과 모래가 뒤섞인 모래사장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공산잔당은 감금해 두었던 이들을 끌고 바닷가로 향하고 있었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내가 왔소, 씨암탉 문준경이가 왔단 말이오. 아무런 잘못 없는 이들과 우리 성도들을 풀어주시오. 우리 백전도사 풀어주시오.” 잡혀가던 주민들이 이 틈을 타 도망하기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성도들을 순수히 보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백 전도사는 풀어주지 않고 문준경과 함께 백사장으로 끌고 갔다. 새벽 두시 가까이 되기까지 공산 잔당은  발악하며 갖은 욕설과 폭력으로 위협하였다. 이들을 거의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다. 그리고 최후의 총탄이 낭자되려는 순간, “이보시오. 이들이 무슨 잘못이요. 이들을 풀어주시고 나를 대신 죽이시오. 또 우리 백전도사 절대로 안됩니다. 내가 대신 죽으로 왔지 않소.” 죽음의 순간에도 다른 이들을 살리기 위해 절규하는 문전도사 앞에 공산 잔당들이 얼이 나간 듯 서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총탄이 쏟아졌다. 하나 둘, 주민들이 쓰러져 갔다. 그리고 문준경의 가슴에도 총탄이 박혔다. “하나님 아버지! 내 영혼을 받아주옵소서!” 에스더가 고백한 “죽으면 죽으리라”는 말씀을 즐겨 암송하던 문준경의 입에서 흘러 나왔던 마지막 기도와 함께 문준경은 백사장의 한 송이 백합화가 되었다. 고귀한 순교의 피가 백사장과 서해 바다를 적시는 순간이었다. 서남해 섬들은 이렇게 그녀의 희생과 피로 적시어진 1004의 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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