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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물단물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19.10.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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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1984」에 보면 ‘2분간 증오시간’이 있다. 빅브라더가 사회를 통제하는 정책 중 하나로 지정된 시간이 되면 정해진 한 특정인에 대해서 무차별적인 분노를 표출하는 시간이다. 2분간의 증오시간이 되면 모든 사람들은 가능한 큰 소리와 적극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해야 한다. 만약 소극적이거나 불성실하게 화를 내는 사람은 감찰중인 사상경찰에 체포되어 죽임을 당하게 된다.
우리사회에 2분간 증오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맺힌 나라, 분노가 일상이 되어버린 나라, 사안의 중대성보다 내편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나라, 젊은 세대부터 노년까지 주말마다 수백만의 집회가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되는 나라, 이 슬픔은 언제 끝날지, 어떻게 끝날지, 애통하고 애통할 뿐이다.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의 2개월간의 증오를 지속하는 까닭은 상호간의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불신은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불안은 불만을, 불만을 가진 사람은 분노하고, 분노는 잠재된 공격성을 극대화시킨다. 분노하는 순간 인간의 두뇌 중 파충류의 뇌라고 하는 번연계가 극도로 활성화된다. 파충류의 뇌는 사람을 가장 단순하게 만들어 선과 악, 차갑고 뜨거움, 내편 네편만을 가르게 한다.
늑대를 10년 훈련을 시킨다고 인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누가 교육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9년 동안 늑대의 젖을 먹고 늑대 무리에서 늑대의 언어를 사용한 소년은 인간보다 늑대에 가까웠다. 인간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무슨 말을 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축복이자 불행이 가능성이다. 불량배가 예수를 믿고 목사가 되기도 하고, 목사가 유혹의 소리에 넘어가서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발전할 수도 있고, 타락할 수도 있다. 곰팡이에 의해 발효가 되기도 하고, 부패가 되기도 하고, 고난과 불행으로 성숙하기도 하고 익숙해지기도 하는 게 인간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분노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일파에 대한 분노, 공산당에 대한 분노,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재벌독점과 검찰권력에 대한 분노, 진보좌파에 대한 분노와 극우보수에 대한 분노... 분노가 인사가 되는 사회에 하루빨리 처방전을 제공해야 할텐데. 골든타임을 허비한 채, 교회마저 이쪽저쪽으로 나뉘어 싸우는 것은 아닌지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이것이 오늘 분노의 정치, 분노의 신앙 속에 살아가는 한 교인의 슬픈 고백이다. 대한이와 민국이가 교회에서 화해했다는 소식을 목놓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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