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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대학원 신학박사(Ph.D.) 논문 연재(6)뒤러의 〈마녀〉가 염소와 반대편으로 날아간 이유
  • 전경숙 박사(성공회대 Ph.D.)
  • 승인 2019.10.24 12:12
  • 호수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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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숙 박사(성공회대 Ph.D.) 한신대(M.Div.) 부산대 수학과

뒤러의 동판화 <마녀(Witch riding Backwards on a Goat, The Witch)>에는 한 늙고 마른 여성이 염소를 거꾸로 올라타고 똑바로 자신의 전면중앙을 응시하며 화면 상단부분을 가득 채우면서 달리고 있다. 그녀의 입은 가쁜 숨을 내뿜느라 열려 있으며, 긴 머리카락들은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힘차게 뒤로 휘날리고 있다. 오른손에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시각적 코드인 방적에 사용되는 굴대를, 왼손에는 남근을 상징하는 염소의 뿔을 움켜쥔 채 어깨와 팔, 허벅지 등 팽팽히 당겨진 그녀의 전체적인 근육은 관객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주인공과는 반대방향으로 달려가는 염소에게도 바람은 앞에서 불어와, 주인공의 머리카락과 염소의 털은 동시에 좌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서로 상반되게 휘날리고 있다. 염소 아래의 네 명의 푸토들의 배치는 염소를 타고 있는 여성과 함께 얼굴이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면서 둥근 원을 그리고 있다. 원 안으로 멀리 탁 트인 수평선은 관객으로 하여금 공간을 가로지르는 주인공에게서 어떤 초월성을 느끼게 한다.

발둥(Hans Baldung Grien)의 목판화 <마녀들의 잔치(Witches Sabbath)>에도 여성이 염소를 거꾸로 타고 공중을 날아가고 있지만, 여성은 자신의 몸을 염소에게 의지한 채 그녀의 머리카락도 염소의 털과 같은 방향으로 휘날리며, 여성의 몸은 육감적으로 묘사되어있다.

마녀들이 염소를 타고 있는 모습은 염소의 허영과 성적 본능을 공유한다고 여겨져서 알트도르퍼(Albrecht Altdorfer)의 펜화 <동물을 타고 있는 마녀들(Witches Riding Animals through the Air)>처럼 이 시대 마녀그림에 많이 등장한다. 이러한 여성들은 중세후기의 악덕의 전형적인 표현들로서 사회적 규범을 벗어난 인물들을 나타낸다. 『마녀의 망치』 저자들은 특히 늙은 과부를 마녀술 고발의 주요 표적으로 삼아, 나이든 여성도 젊은 여성에 못지않게 성적 욕망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뒤러의 『묵시록(Apocalypse series)』 중 <바벨론의 창부(Whore of Babylon)>의 창부는 머리가 일곱 개 달린 괴물을 타고 있지만 머리모양과 긴 드레스 등으로 남성과 구별될 뿐 육체가 에로틱하게 묘사되지는 않았다.

뒤러의 <마녀>는 뒤러가 평생 존경하고 사랑했던 자신의 어머니가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었을 무렵의 작품이다. 염소를 올라탄 주인공은 자신의 앞으로 떨어지는 돌이나 우박세례를 뚫고 염소와는 반대방향을 향해 초월적인 힘으로 질주하고 있다. 염소 뿔을 꼭 쥐고 있는 주인공은 남성의 힘을 이미 지니고 있고, 염소의 뒷부분에 연결된 두터운 나무기둥모양은 여성인물의 몸을 안전하게 받쳐주듯이 튼튼해 보인다. 이 동판화를 보는 여성관객은, 폭력을 뚫고 염소도 낚아채며 자신만의 존엄한 삶으로 달려가는 주인공에게서 넘치는 에너지와 의지를 전달받게 된다. 네 명의 푸토들도 자신들의 스틱을 주인공이 쥔 굴대마냥 위로 세워 들고 주인공을 응원하고 있지 않은가!

전경숙 박사(성공회대 Ph.D.)  dsglory36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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