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곤 목사(문준경전도사 순교기념관 관장, 본지논설위원)

고양교회는 서울상동교회 출신 권서인 김홍순과 김주현의 전도로 1897년 어른 24명과 어린이 3명이 미국남감리교회 첫 선교사인 리드(C. F. Reid 한국명: 이덕)목사가 설립하였다. 고양교회 초창기교인들 중에는 백사겸이라는 족집게 점쟁이 출신의 유별난 교인이 있었다.

백사겸은 1860년 평남 평원군에서 출생하여, 어려서 조실부모로 불행한 환경에 처하면서 액운이 겹쳤다. 눈병을 앓다가 보살펴 주는 이가 없어 실명을 하고 말았다. 당시 맹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은 점(占)을 치는 일이었다. 백사겸은 주위의 도움으로 15세부터 점술을 배우는 길이 열렸다. 그는 복술가의 가르침에서 재능을 보이기 시작 하였다. 남의 말을 빨리 알아듣고 판단력이 예리하여 남의 마음을 읽으며 대화하는 순발력이 뛰어났다. 그는 복술을 배우는데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터득하는 능력 있는 복술가로 성장하였다.

그는 평양의 대동강 변에 자리를 잡고 점을 치기 시작했는데 워낙 능력이 있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서울을 거쳐, 고양읍에 자리를 잡고 20년을 지냈다. ‘고양읍 백장님’이란 소문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유명세를 타면서 가마를 보내면서 초청할 정도로 유명해 졌고 재산을 많이 축적하였다. 그는 더 신령하기 위해 산신령에게 100일 기도를 시작하였다. 100일 기도를 마치던 날 아침, 낯선 방문객이 찾아와 책을 건네주며 “이것은 예수 믿는 도리를 적은 책입니다.” 하였다. 그는 성경책과 전도지를 팔며 전도하던 김제옥 이었다. 백사겸은 재수 없는 불청객이라며 소리를 지르며 쫓아버렸다. 며칠 후 백사겸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 하늘나라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은산통(銀算筒)을 쥐어주면서 “나는 예수다. 내가 주는 산통은 의의 산통이니 받아 가지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깨어났는데 마침 장인이 백사겸의 집을 방문하였다. 백사겸은 이상하고 선명한 꿈 이야기를 해주고 전도책자를 내주었다. 장인은 전도책자를 읽기 시작하였다. ‘우주에는 천지만물을 만드신 상제가 계시고 그를 섬기는 것이 인간의 근본 도리이며 따라서 우상이나 귀신을 섬기는 것은 상제께 대한 큰 죄’라는 내용을 들으면서 백사겸의 마음에는 빛이 임했다. 그는 자신의 죄를 깨달았다. “꿈에 얻은 은 산통이 바로 이 책이구려! 이제부터 점치고 경 읽는 일을 그만 두겠습니다.”하고 그 주일부터 교회에 나갔다. 그가 나갔던 날은 고양읍교회가 창립예배를 드리는 1897년 5월 2일로, 다른 성도들과 함께 그의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았다.

믿음생활을 시작한 백사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불경과 산통을 모두 불태웠다. 남을 속여 축적한 재산 ‘3천 냥’의 재산을 처분하기 위해 기도하던 중 뜻밖의 강도가 들어서 재산을 통째로 가져갔다. 그러나 백사겸은 불의한 방법으로 모은 재물이 사라지게 하심에 도리어 감사하였다. 백사겸은 새사람이 된 감격으로 전도자로 나섰고 개성, 평양, 서울을 다니며 전도에 몰두하였다. 그가 인도하는 전도 집회에서는 성령의 역사가 불같이 임하였다. 밤새도록 불러대는 그의 찬미가와 줄줄 외우는 성경말씀과 간증으로 집회에 참석하는 이들마다 가슴속 깊은 곳의 죄까지 회개하는 역사가 일어남으로 전국적으로 성령의 바람을 일으키는 조선의 삭개오가 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그의 아들 백남석(연희전문 영문과 교수)은 자라면서 성경을 외워버리므로 ‘걸어 다니는 복음서’라는 별명을 듣기도 하였다. 백사겸은 개성 남부교회, 장단읍교회, 감바위교회 등을 직접 개척 하기도한 ‘조선의 삭개오’였다.

맹인 전도자 백사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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