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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 사모편지(연재)고백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19.07.17 16:39
  • 호수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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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영 작가

달을 이야기 해보려 해, 어젯밤 아주 특별한 달을 만났거든, 별일 없으면 매일 밤 9시쯤 나가서 두 시간여를 걷는데 달을 매양 볼 수 있는 것은 아냐, 달은 밤하늘 여기저기를 산책 다니나봐, 오히려 개밥바라기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마주치곤 하는데 달을 만나기는 쉽지 않아, 어느 때는 돌아오는 길에서 설핏 보이다가 어느 때는 아파트 사이에서 살짝, 무심코 뒤돌아서면 거기에 있을 때도 있어, 뒤로 걸을 수는 없어서 등에 미련이 잔뜩 고이기도 하지, 어젯밤은 비온 후라서 날씨가 아주 맑았어. 바람은 서늘하게 불어오고 미세먼지도 없어 걷기에 아주 좋은 날이었지. 사소한 시 한 구절을 평생 잊지 않기도 하지, ‘하루에 한번쯤은 하늘을 볼 것’ 이란 이십대에 읽은 강은교 시인의 시 구절, 혼자 걸을 때면 하늘을 바라보며 걸어, 전철역과 대로변 사이의 숲길이라 길은 평평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길 대신 하늘을 보며 걷기에는 안성맞춤이야, 
 별은 그 먼 거리를 자기 빛으로 다가온다고 했어, 그래선지 별은 참 애틋해, 불행히도 이즈음에는 별을 볼 수 있는 날도 많지 않고 또 보인다 하더라도 아주 소수야, 날이 맑아도 그래, 어렸을 적 평상위에서 저녁을 먹고 누워서 바라보던 그 무수한 별들, 은하수들, 드물게 유성도 있었지, 아, 소원 하면 그 순간 사라져버리던... 있겠지, 지금도 그 별들,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라. 별이 우리 눈에 사라져버려서 그래서 우리 마음에 없어서 삶이 더 폭폭 해졌을까? 감상적인 해석일수도 있지만 반짝이는 별을 바라볼 시간이 주어진다면 우리 삶이 이렇게 맘몬이즘으로 치달아가지는 않을 것 같아.
 깊은 밤, 하늘을 바라보며 걷노라면 철학자의 전유물이기도 한 시간의 개념, 그 비밀을 조금 엿보는 것 같기도 하지,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밤하늘은 무수히 흐르고 있거든, 그것도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말이지,  밤하늘이 얼마나 다른 빛으로 존재하는지, 어두운 블루에 얼마나 수많은 결이 있는지,  구름이 있는 날, 그 구름 빛에 의해 하늘은 무수하게 변하는데,  그곳에 또 달 휘영하게 돋아봐, 새초롬하게 강림하셔봐,  흐름...흐르지 않음,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시간이 함께 흐르는 것 같아, 
 산책이 거의 끝 날 즈음 자주 앉곤 하는 벤치에 앉았어, 그 때 나뭇잎 사이로 달이 갑자기 나타났어, 나무와 나무 사이 그 빈 공간에,,,, 그날은 사실 구름이 많이 끼어 있는 날이었거든, 그래서 달을 찾을 생각도 아예 하지 않았어, 그랬는데 구름 없는 빈 공간사이로 달이 현현한 거야,  반달이 조금 지나 넉넉해보였어, 달도 눈부신데 세상에 그런 달무리는 처음 봐. 선명하고 붉은 주황빛이었어, 바라보는 순간 달무리가 점점 커지는 거야, 처음에는 달의 반쪽에만 있더니 이글거리며 확장을 하더군, 경이로운 풍경이었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왔어. 그러나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더군, 그렇지, 사라져서 아름다운 거지. 아, 사진,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지만 먼 나라 달 사진은 캐리커처가 되고 말아,
  언니가 내게 가르침을 주었어, 그래서 이제 겨우 그것을 조금 알아가는 중이야, 사람은 결국 혼자 왔다 혼자 간다는 것, 살면서 만나는 무수한 사람들과의 관계 사랑 그리움...그 모든 것들이 우리를 격정과 열정으로 휩싸 안고 그래서 그들과 하나 되어 사는 것처럼 여기지만, 결국 혼자라는 것, 달을 보며 나만의 카이로스, 나만의 풍경, 하며 감동에 젖지만 실제 달무리는 얼음 구름에서 생겨난 굴절현상이지,  
 "그토록 오래된 새로운 아름다움이신 하나님이여!" 아우구스티스의 고백은 그가 정말 외로움이란 강을 지나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였을 것 같아, 절체절명의 시간 앞에 서면 우리가 누구를 부르겠어, 우리 곁에 누가 있겠어, 주님! 외에, 언니도 지금 그러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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