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문준경 전도사 문중 4대손서울서지방회 제일교회 담임

임자도에 복음의 꽃은 하나둘 피기 시작했다. 남편 정근택의 도움을 많이 받은 임자도 사람들은 문준경을 결코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전도하는 일에 대해 직접적인 반대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양종교를 멀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남정네들의 집안 단속이라는 미명아래 복음의 방해물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문 전도사의 헌신과 전도의 방법론, 즉 재봉틀을 타고 만들어진 아이들의 옷가지와 각종 구제품은 이런 장벽을 무너뜨렸다. 이렇게 복음은 점점 주민들 사이를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성도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것과 비례하여 문 전도사의 피로도 자꾸만 쌓여갔다. 개척과 목회를 혼자 감당해야 했기에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날도 많아졌다. 어느 날은 밤늦게까지 말씀을 가르치고 지친 몸으로 찐쌀 한 움큼을 입에 넣고는 그만 잠이 든 적도 있었다. 아침까지 물고 있던 쌀이 불어 입 안 가득 채워져 있어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플 때도 많았다. 목포를 오가던 성도들이 교회를 방문해 본 경험을 살려 교회를 세우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교회도 없이 문 전도사님이 이렇게 수고하시니 안 되겠다며 이러다 전도사님 쓰러지신다며 나선 것이다. 그래서 성도들은 마을 오른편 언덕 위에 있는 작은 초가집을 교회로 삼자고 했다.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좋은 곳이었다. 문 전도사는 깜짝 놀랐다. 임자도에 첫발을 디뎠던 그날, 왜 그렇게 마을 오른편 언덕이 바라다보였던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성도들의 입을 통해 교회가 바로 그 자리, 그 집이라고 마음이 모아지자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자도의 교회는 이렇게 세워졌다. 

“숙영아! 놀자!” 문준경의 둘째 딸, 물론 둘째 부인 소복진을 통해 얻은 딸 숙영의 친구들이 대문 밖에서 부르는 소리이다. 숙영은 두 손 가득 각설탕을 집어 들고 대문을 열고 나왔다. “애들아! 이것 먹을래, 아버지께서 목포에 다녀오시면서 사 오셨어.” 숙영은 친구들에게 각설탕을 하나씩 나누어주고 있었다. 이때 반가운 목소리, “숙영아! 친구들과 노는구나?” 문 전도사가 다정하게 불렀다. “어! 큰어머니, 어디 다녀오세요? 아버지가 각 설탕을 사 오셨어요.” 숙영이 대답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나눠 먹는구나. 그래 잘했다. 우리 숙영은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숙영의 친구 진덕도 각설탕을 하나 받아 물고 문 전도사의 품에 안긴다. 숙영의 친구 임진덕은 증동리로 시집을 갔다. 그가 말한다. “어렸을 때 기억이 납니다. 숙영이 집은 부자였어요. 먹을 것이 많았기에 친구들의 놀이터나 같았어요. 숙영이랑 문심 언니 그리고 그 집 아이들을 문 전도사님이 만나면 참 다정했어요. 문 전도사님이 참 많이 예뻐했고요. 또 그 집 어르신들(정근택과 소복진)도 참 점잖은 분들이었어요. 문 전도사님이 복음을 전하지 못하도록 두 분이 어렵게 했다고 하는 말도 있는데 저는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만약 그랬다면 동네의 큰 볼거리였을 것이고 어린 저희도 분명히 보았을 거예요. 그러나 두 분과 문 전도사님은 서로 존중하고 예의가 있는 그런 분들이었어요.” 임자도 진리교회를 할머니 손을 잡고 어려서부터 다녔던 강대필 장로도 이렇게 전한다. “근택 씨 자녀들도 모두 교회에 나왔어요. 그리고 성탄절에 함께 발표회 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 댁 딸들이 함께 찬양하고 연극도 하고 그랬어요.” 그렇다. 만약 정근택과 소복진이 문준경을 방해했다면 마을 사람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근택은 여전히 문준경을 본부인으로 존중하고 있었으며 문준경의 희생에 대한 감사를 가지고 있었기에 복음을 위한 문준경의 활동은 더욱 왕성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이고 준비였다. 이제 이곳 임자도에서 문준경은 남편 정근택의 큰 그늘을 보았고 서남해를 변화시키기 위한 통찰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문중의 힘이 더욱 크게 집결된 본가가 있는 증도를 향하게 된다. 주님의 예비하심이 그저 오묘하고 놀라울 뿐이다.   

정원영 목사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