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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 (연재)아녜스 바르다경께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19.06.26 15:23
  • 호수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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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영 작가

영화를 찾아서, 혹은 까다롭게 골라서 보긴 하나 겨우 인디영화 상영관을 찾아 가는 정도라 얼마 전 경의 부음 속에서야 경의 이름을 알았습니다. 아녜스 바르다를 검색하면 마치 경의 호라도 되듯 누벨바그라는 단어가 함께 나오더군요.  새로운 파도라는 뜻의 분절된 단어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모든 영화는 ‘다름’인데 그 다름 속에서 획을 짓는 구별이 마뜩치 않음이요 그 구별로 해석하고 몰아가는 것이 싫어서입니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어리숙한 성향 탓이기도 하겠지요. 경의 작품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을 부랴부랴 보러 갔습니다. 독특하더군요. 영화로 봐도 경이롭고 다큐멘터리지만 아주 따스한 책 같기도 합니다. 최소로 잡아도 양서 일곱 권 이상은 되는 것 같아요.  경에 대한 흠모의 마음이 흠뻑 생겨서 헤이리로 달려가 경의 마지막 작품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도 봤고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도 보았습니다. 마치 나 혼자 경의 주간을 정해 경을 기린 듯합니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합니다.  경이 JR에게 원한 것은 ’즉흥적인 모험‘이었지요. JR의 포토트럭을 타고 프랑스 여기저기를 다닙니다. 아름다운 풍경들도 가슴 저미지만 사람들과의 만남은 더욱 그러합니다. 경의 따스한 눈길은  평범한 사람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만화경이었지요. 거리를 캔버스로 사용한 그래피트 아티스트 JR의 포토트럭에서는 사진이라고 쉬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사진이 인쇄되어 나옵니다. 그리고 빈 벽이나 골목길 어귀 소멸해가는 동네나 빈 들판의 커다란 창고에 붙이면 그 공간은 순간 놀라운 곳으로 변환됩니다. 벽에 갑자기 생겨(?)난 커다란 사람......들은 사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일순간 바뀌게 하고 익숙했던 사람을 새로운 존재로 각인시킵니다. 자신들도 새로운 자신들을 정처 없이 바라봅니다. 아, 내가 저런 사람이었던가, 저런 모습의, 공간의 변화도 놀랍습니다. 실제 영화를 보는 저도 그 순간 놀랍고 경이로운 감정에 빠져 들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생을 무대 위에 등장시켜 주인공을 만들뿐 아니라 뿔 있는 염소ㅡ 키우기에 불편해서 뿔을 없애 버리는데ㅡ가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기 전 만나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번득이는 지성, 통찰, 성찰이 이어지고 그 저변을 흐르는  따뜻한 정과 부드러운 결은 경의 인생을 저절로 감지하게 해주었습니다.  JR을 쟝 뤽 고다르에게 소개 시켜 주겠다며 고다르의 집을 찾아가지요. 그러나 경의 오랜 친구는 경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대신 문 앞에 경만 알아볼 수 있는 사인을 남기지요. 거기에 대해 답글을 경께서는 적으시고.... 그래도 일렁이는 눈빛....상처 입은 경을 위해 절대 안경을 벗지 않던, 친할머니에게도 보여 주지 않던  JR이 선글라스를 벗지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노르망디 바닷가에 버려진 벙커ㅡ독일군이 해안 방어를 위해 설치한 토치카에 경께서 애틋하게 기억하는, 이제 사진으로만 남은 한 젊은이의 사진을 붙이죠. 마치 요람속의 아이처럼 보여....경의 표현대로 그 벙커 사진은 정말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분위기를 담고 있었어요. 다음날 아침 그 작품은 밀물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어요.  ”사진이 사라지는 것은 익숙한데 그래도 바다가 너무 빠르다“ 는 그래비티 작가인 JR의 말에 경이 대답하죠. ”바다는 항시 옳아,...... 모래 폭풍 속에서 사진은 사라졌고 우리도 사라지겠지만....영화는 끝나지 않고....“경이 대답하죠.
 모래 폭풍이 불어오는 마지막 장면이 참으로 아름다운데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의 마지막 장면이 되었더군요. 후반부에 경의 늙고 작은 발과 주름진 눈을 JR이 찍어 커다란 화물차에 붙이며 말하죠. "당신의 눈과 발이 이야기를 하네요. 당신이 가지 못했던 곳을 갈 거예요."  어벤져스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스포일러를 삼가 달라는 부탁을 하지요. 그것은 영화가 겨우 줄거리에 의지했다는 자기 폄훼의 이야기일 것 같기도 해요. 경의 영화는  전체 줄거리를 알고 가서 봐도 오히려 알수록 체급 높은 미를 깨닫게 되는 영화입니다.  경의 영화들은 아흔 살의 할머니 작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열린, 마치 럭비공처럼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놀라운 상상력, 사랑어린 시선, 명료한 지성,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녜스 바르다 할머니, 만세! 하고 싶으나  돌아가셨으니 대신  아녜스 바르다경께 경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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