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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연재)비엔나 중앙묘지에서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19.06.17 16:21
  • 호수 446
  • 댓글 0
                위 영 작가

얼마 전 비엔나 여행길에서 부러 찾아가는 묘지 투어를 너는 어떻게 해석했을까? 짧은 여행 일정이었지만 미술관 가는 틈틈이 우리는 세 곳이나 묘지를 찾아갔다. 그중에 빈 중앙묘지는 외곽에 있어서 제법 긴 시간 트램을 타고 또 바꿔 타고 갔었지, 시내가 아니어선지, 사람이 없어선지, 하늘은 유별나게 짙푸르고 맑았어,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정말 푸른 쪽빛 하늘이었지.

비엔나 중앙묘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 중 한 곳으로 무덤만 33만 개라고 하더구나, 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두 배가 넘는 무덤수라고 하니.... 역사는 죽은 자의 것이라는 생각도 나고, 세상 욕심을 누르는 전도서의 헛됨이 저절로 체감되기도 했었지. 금발의 사나이가 우리 곁을 휙 스쳐 지나갔어. 사람 없는 아름다운 공원이니 달리기에도 참 맞춤한 곳이네, 죽은 자 사이를 거침없이 누비며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하는 저 젊음이라니.... 기이한 삶이 살짝 엿보이기도 했지. 그나저나 이 넓은 곳에서 베토벤 무덤을 어떻게 찾을까 걱정했는데 음악인들의 무덤이라는 팻말이 금방 보였어. 32A 구역, 베토벤의 무덤은 소박하고 평범했고 브람스의 무덤은 그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는데 악보를 앞에 두고 고뇌하고 있는 모습이었지.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등 유명한 음악인들의 무덤이 가까운 거리에 사이좋게 분포되어 있었지. 무덤은 제각기 모양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무덤 주변에 심어놓은 푸나무들이 무덤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었어. 죽음 앞에 피어나 있는 싱싱한 꽃들은 생명과 소멸을 이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 멀리 보이던 푸른색 돔은 거대한 성처럼 보였는데 예배당이었고 지금도 예배를 드린다고 했지, 미묘하게 어두운 느낌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예배하는 장소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거야. 죽은 자가 지니고 있는 작은 터인 무덤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죽음을 생각할 것이고 더불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아닌가 말이지, 사람에게 허용된 시간에 대해서 음미하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기에 최상의 터라는 생각이 들더라. 선연한 죽음의 자리에서 자연스레 진행되는 묵상은 브람스뿐 아니라 베토벤에게도 다가온 절체절명의 시간이 우리에게도 똑 같이 다가올 것이라는 예언을 묵시적으로 체화시켜 주지 않던? 엄마는 죽음 뒤의 세상을 네가 자주 생각했으면 해, 너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죽음을 자주 생각하면 각박한 삶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강해질 거라고 확신해, 오십억 인구 모두가 죽음 앞에 선다는 이 아름다고 가혹한 공평함을 생각해보면 저절로 주님이 불러지질 않던?,

며칠 전 죽음학 강의를 들을 때 아주 인상적인 표현을 들었지. 죽음은 벽이 아니라 새로운 문이라는, 그러니까 죽음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새로운 세계라는 표현 말이야, 죽음에 대한 무수한 점검이 이루어졌는데 그중 하나인 근사체험에 대한 이야기, 심장박동이 정지됐다가 심폐소생술 등으로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 의식이 없었을 동안 겪은 체험을 근사체험이라 하는데 주된 이야기들 중의 하나가 빛으로 가득한 새로운 세계로의 이동이래. 엄마에게도 그 비슷한 경험이 있지. 사십 여 년 전 일이구나. 엄마 외할머니 박이님 권사님 소천 하셔서 마당에 차일을 치고 임종예배를 드릴 때였어. 젊은 전도사님이 기도 인도를 하셔서 눈을 감았는데 오~ 외할머니가 우리들 위에 떠 계시는 거야, 환한 빛 가운데. 하얀 옷을 입으시고, 그 순간 엄마에게 다가온 강렬한 확신, 아, 할머니는 천국에 가셨구나! 천국이 정말 존재하는구나! 지금도 어제 일처럼 선명한 그 광경은 엄마에게만 보여주신 은총이지,

비엔나 묘지에서 한 엄마 말 잊지 않았지? 엄마를 수목장 하라는, 요즈음 수목장들은 나무 곁에 비석들을 가득 세우고 너무 요란해, 거름(?)이 과해서 나무가 죽을 수도 있겠어, 법이 허용한다면 그런 격식보다는 이름 없는 자그마한 나무 밑에 들어가 자연스럽게 거름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지, 아이, 엄마 그런 이야기 싫어, 너는 살짝 눈물을 보이기도 했었지만, 사랑하는 딸아, 그런 시간들은 우리에게 금방 다가올 것이야, 이렇게 고요하게 유월이 우리 곁에 다가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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