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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풀어 쓴 문준경(21)이혼을 요구 하다
  • 정원영 목사
  • 승인 2019.06.11 16:52
  • 호수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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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 (문준경 전도사 문중 4대손, 서울서지방 제일교회 담임)

남편 정근택은 항상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자녀를 낳을수 없어 부인의 자리를 내준 아내가 몹시 안타깝기만 했다. 이미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있었기에 소유한 땅도 많았다. 민어파시는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큰 군락을 이루며 조성되었다. 그러나 파시의 중심은 해수욕장 건너편 타리섬이었다. 타리섬은 약 20여호 의 가구가 있었다. 성업 중일 때는 타리 섬과 본도인 임자도에 배가 즐비해 있었다. 바다와 접한 타리섬 중앙 지역에 정근택의 집이 있었다. 그의 집에는 커다란 트렌지스터 라디오가 있었다. 일기 예보는 어부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정보였다. 당시 기계선이 발전하지 못한 때였기에 바람이 불면 쉽게 돌아올 수 없 었다. 그래서 일기예보는 생명줄과 같았다. 이 정보 때문에도 정근택 가까이에 항상 사람이 많았다. 정근택은 어려서 일본 선구점에서 일하며 일본어를 배웠다. 선진 어업법을 배우기 위해 일본도 다녀왔다. 선진 문물을 일찍 접한 그에게는 항상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사비로 타리섬에 학교를 세우고 선생님을 모셔와 아이들의 교육에도 힘썼다.
또한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배움의 길을 열어주려고 했다. 후진을 키우는 것이 귀한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얘야..., 너 저 산위에 보이니? 저 바위가 크니 아니면 여기 앞에 있는 이 돌이 크니?”평소 총명하다 싶었던 아이와 우연히 마주친 정근택은 아이의 손을 잡았다. “산 위에 바위가 크지요!”아이가 대답했다. “그래, 너는 후에 자라서 저런 큰 바위처럼 큰 사람이 되어야 한다.” 후에 이 아이가 신안군의 공화당 국회 위원이 된 정판국이다. 이렇듯 배움을 중시했고 또한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했던 마음을 가지고 있던 정근택은 공부하겠다는 아내의요청에도 흔쾌히 응락했다.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에도 그러했다.
그러나 정근택에게도 물러설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닌 문준경의 이혼 요구였다. 경성성서학원에 올라간 문준 경은 원입생이 될 수 없었다. 결혼한 여인은 입학을 허락할 수 없다는 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청강생으로 공 부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원입생이 되기 위하여 이혼을 요구한 것이다. 남편을 찾아가 자신의 사정을 설명한 뒤 이혼을 해줄 것을 부탁하자 정근택은 난감해 했다. 자기 생각 도 생각이지만 아마도 집안 어른들이 허락해 주시지 않을 거라는 얘기였다. 정씨 문중은 이 때문에 회의까지 열었 다. 며느리를 절대로 내칠 수 없다는 집 안의 분위기를 뒤엎을 수는 없었다. 남편 정근택은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부인, 지금 와 생각하니 내가 부인께 서운 하게 한 것이 많더이다. 나름 한다고는 했는데 모든 게 부인의 기대에 못 미친 듯싶소. 내가 아이들하고 사느라 부인께신경 많이 못 써준 것도 미안하고, 이렇게 부인이 새 삶을 찾아 살아보려고 애 를 쓰는데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오. 집안 어른들이 저리도 반대하시니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음을 양해해 주시구려. 대신 내가 다른 방도로 부인을 도우리다. 약속하리다.”이 약속은 훗 날 음으로 양으로 지켜진다. 임자 진리 교회를 개척할 때는 당시 상권의 중심에서 있는 그가 마을의 텃세나 불량배 들의 희롱으로부터 울타리가 되어주었고, 증동리교회를 개척할 때는 염산마을에 있는 토지를 교회에 헌물함으로써 교회 자립의 발판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결혼도, 자녀 출산도, 주님을 만남 도, 세 명의 멘토를 만남도 또한 선지동 산에 오름도 그리고 이혼 요구도 훗날 문준경의 사역을 위한 준비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남편을 가진 것이 우연이었을까? 자녀를 못 낳았기에 아픔이 있었지만 문준경을 사역자의 길로, 서남해의 어머니요 백합화로 삼으시기 위한 주님의 준비하심이 아니었을까! 그저 주님의 섭리가 오묘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정원영 목사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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