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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풀어 쓴 문준경(7)문준경의 마음 “문심”의 출생
  • 정원영 목사
  • 승인 2019.06.11 16:14
  • 호수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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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 (문준경 전도사 문중 4대손, 서울서지방 제일교회 담임)

정근택은 임자도 타리파시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증도 등선리 집에 작은 부인을 두고 오가며 사업을 이끌고 있었다. 그 어간에 첫째 딸 문심이 태어났다. 당시 정씨 문중에는 이런 풍습이 있었다. 첫째 부인이 자녀를 못 낳을 경우 둘째 부인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집에서 두 부인을 데리고 살지는 않았다. 집 옆에 다른 집을 마련하여 첫째 부인을 살게 하고 돌보았다. 자녀들이 태어나면 그 자녀들 중에 아들 하나를 첫째 부인에게 주어 키우게 하고 또한 아들은 어머니로 평생을 섬기며 살게 하였다. 이런 집안의 윤리적 가풍에 따라 문준경은 등선리 분가한 집에 머물 수 없었기에 증동리 본가에서 시어머니를 모시며 생활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등선리에서 산모가 위험하다는 급한 소식이 왔다. 아직 출산까지는 두 달여가 남아 있었다. 문준경은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갔다. 어떻게 얻은 아이와 새사람인데 이런 일이 생기나 하며 겁이 덜컥 났다. 근 한 시간 거리를 순식간에 내달렸다. “여자가 혼인을 하면 그 집안의 대를 잇는 것이 가장 큰 의무이다. 그리고 현모양처가 되어 자녀를 잘 양육하고 남편을 잘 받들어야 한다.”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아들딸 많이 낳고 잘 살아야 한다.” 하셨던 어머니의 덕담도 잊을 수가 없었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근 10여 년을 아기가 들어서도록 갖은 노력을 다 하였지만 허사였다. 그래서 남편을 설득하여 진도까지 가서 겨우 찾아낸 여인, 애를 낳아본 경험이 있어 애를 쉽게 낳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산모는 심각한 상태였고 동네 일가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문준경은 급히 뜨거운 물을 끓이게 하였다. 그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작은댁을 붙들었다. “여보게! 정신 차리게나, 정신을 놓으면 절대로 안되네. 힘을 내야 하네. 편하게 숨을 쉬어봐 이 사람아! 날 따라하게…, 쉬… 쉬……, 그려! 침착해야 혀…” “형님! 우째 이런다요. 이전에는 안그랬는디. 우째 이런다요.” “그려, 걱정 말고 날 꽉 잡으소잉!” 문준경은 침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도 산모도 잃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하나님의 예비하신 은혜였을까? 이 생사의 순간에 어색하기만 했던 두 사람이 형님 동생으로 맺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한참을 씨름하는데 자궁이 열리고 아이가 쑥 얼굴을 내밀었다. 팔삭둥이 딸아이가 기력 없이 흐느적거렸다. 얼른 아이를 품에 안은 문준경은 미미한 호흡을 확인하였다. 코에 가득 든 이물질이 생명줄을 막고 있었다. 문준경은 아기의 코를 자신의 입으로 빨아들였다. 이물질이 빠져나오자 호흡이 조금 더 나아진 듯했다. 계속해서 이물질을 빼내었다. 꺼져가던 호흡이 조금씩 돌아왔다. 그리고 온몸을 혀로 핥아 주었다. 피부가 너무 엷어서 물에 넣고 씻기기가 두려웠다. 그래서 피투성이 아기의 온몸을 혀로 샅샅이 씻어냈던 것이다. 산모는 모든 기력을 소진한 듯 늘어져 있었다. 급히 임자도에서 보내온 마른 새우와 미역으로 국을 끓였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받아먹으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어렵게 엄마 젖을 물기 시작한 아기도 조금씩 나아지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댁과 아이를 살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도우셨을까! 꺼져가던 아기와 산모의 생명이 다시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직접 받은 아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자신이 낳은 것처럼 기쁘고 기쁠 뿐이었다. 그렇게 갖고 싶었던 아기를 작은댁을 통해 오늘 안게 되었다. 산파로서의 준비가 이렇게 이루어졌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문준경은 목회 활동 기간 내내 수많은 생명을 받아내는 산파요 어머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영혼을 향한 영적 어머니이기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목숨까지도 내어 줄 수 있었을까? 이렇게 준비하신 하나님의 섭리가 참으로 오묘할 뿐이다.  

정원영 목사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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