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합집합과 교집합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행복(Happiness)’은 잘 먹고 잘 사는“웰빙(Well-being)”의 삶에 지나친 무게를 두는 것이 사실이다. 잘 먹고 사는 것과 관련된 많은 문화 컨덴츠가 사회 전반에 걸쳐 수면위로 부상한 것도 이와 같은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살고 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주홍빛으로 물든 거리의 아름다움은 먼 변방에서 어렵게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회색빛으로 가득찬 곳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화려함에 친숙해져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니코마코스 윤리학』에 행복으로 번역되는“Eudaimonia (에우다이모니아)”는 어원적으로 신적인 것이잘 맞추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인간적 행복이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신적인 것의 조력을 필요로 하게 되는 셈이다. 그는 인간적 행복의 이러한 성격을“최고선(summum bonum)”이라고 불렀다. 이는 ”잘 살고 잘 행하는 것과 동일시하여, 성공(sussess)은 단지 물질적인 성공이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을 말했다. 그가 생각했던 행복은 주관적인 만족과 같은 개인의 감정상태가 아니라,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 실현해야 할 기능이나 본성을 잘 실현하거나발휘하는 상태, 혹은 그러한 활동을 행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행복이란 가치는 우리의 개인적 관심사에서 비롯되는“주관적인 만족”이 아니라, 타인의 배려까지 생각하고, 인간으로서의 마땅히 행해야 할 기능을 포함하는“합집합의 범주”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아우구스투스』를 보면, 진정한 행복에 대해 잘 말해주고 있다. 어떤 과부가 있는데 그 과부는 한 노인과 친했고, 그 노인이 자기집 오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그 과부의 아이 귀에 대고 소원을 하나 빌면 이루어질 거라고 해서 과부는 아이가 모든 사람에게“사랑 받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소원을 빌었다. 소원대로 아이는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생활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금지옥엽으로 받드는 바람에 냉정하고 거만한 사람이 되었다. 남들에게 지나치게 화려하게 보여야 했던 아이는 사랑의 소중함을 모르는 이기주의적이고 황폐한 마음의 소유자로 성장하고, 결국 그는 자살을 시도했다. 그때 나타난 노인 덕택에 다시금 그는 사랑받지 못할지언정 남을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그 때부터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고, 이젠 남들을 사랑하여, 자신의 옷가지를 벗어주는 누추한 삶을 살았다. 비록 누추함 속에서 살았지만, 그의 마음은 따뜻하게 되었고 결국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정한 행복이 주는 가치는 무엇일까? 진정한 행복이란“무엇”이 아니라“어떻게”라는 말이 기억난다. 행복이란 모든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관심을 받는 것은[교집합]의 성질을 지닌 것이 아니라, 개인적 만족에서 벗어나 보편적 공동체의만족인 [합집합]의 성질인 것이다.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찾아와서“영원한 생명”을 위해 어떤 선한 일을 해야 할지 물었다. 그는 물질의 풍요로움으로 행복했고, 많은 윤리적 행실에서 모범을 보였다고 말했지만, 예수님은“가서 네가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가 있을 것이다”(마 19:21)라고 말씀하셨다. 이처럼 예수님은 자신의 행복과 만족으로부터 타인의 배려와 관심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것들로 말미암아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보편적인 만족으로서의“공동체적 사랑”을 강조하셨다. 오늘날“행복(Happiness)”이라는 말은 물질적 풍요로움의 척도로 생각 할 지 모르나, 진정한 행복이란 그 풍요로움의 집합 속에는‘나’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라는‘우리’가같이 있을 때를 말한다.

한 개인의 울타리를 넘어서‘우리’라는 울타리로 행복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 한인간이 인간으로서 실현해야 할 기능이나 본성을 잘 실현하거나 발휘하는 상태 곧“인간다움”이 묻어나는“나눔의 장(場)”을통해 서로를 아껴주고, 타인(他人)의 배려와 관심 그리고“아가페의 사랑”을 통해“진정한 행복”의 메아리를 울려 퍼지게 하자. 그 메아리는 다시 내게도 돌아와 또 다시 타인에게로 울려 퍼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임을 기억하자.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