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9.16 월 17:34
상단여백
HOME 독자기고 특별기고
위 영 사모의 "편지" (연재)커피와 가심비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19.05.30 17:10
  • 호수 445
  • 댓글 0
                  위 영 작가

차를 맛으로 마신다면 커피는 그것에 약 30% 정도 분위기...가 들어가지 않을까, 차 역시 차 맛 외에 마시는 사람, 그릇 ,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차가 내성적이라면 커피는 외향적이다. 썩 명징한 논리는 아니지만 차가 내밀한 마음을 향해서 다가가는 것이라면 커피는 보여 지는 자신에 대한 부분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당신은 이런 커피개념이 전혀 마음에 안 들겠지만,

고종이 가배를 즐겨 드셨는데 그 후 70여년이 흐르고 나서야 보성 촌사람인 나는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밀가루처럼 고운 블랙브라운 가루였다. 커피 한 스푼에 프림 두 스푼 그리고 설탕 한 스푼을 넣으면 아주 맛있는 커피가 됐다. 커피를 마시던 어느 하루의 기억. 청랑한 가을날 초추의 양광이 뜨락에 가득했다. 일렁이는 햇살이 나뭇잎 위에 내리니 물결 위 파동처럼 번지는 윤슬이 뜨락 나뭇잎들 위에 가득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부른 듯 뒤를 돌아보았는데 지붕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 흔한 단어 쪽빛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깊었다. 어두웠다. 무거웠다. 지금이라면 이브클랭의 블루라고나 할까, 지금도 가끔 나는 그 <푸름>을 기억하곤 한다. 의미나 논리, 가치를 떠나 그냥 무념무상 존재하는 나만의 풍경. 풍경속 블루의 시원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연이은 커피 한 잔, 점차 커피 알갱이가 굵어지고 명절이면 병에 든 커피 선물들이 오고갔다. 그리고 일회용 커피믹스가 나타났다. 간단하고 편리한 맛이 대한민국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슬그머니 커피콩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천 미터 이상에서 자라는 아라비카 로브스타 이디오피아 예멘....크기로 나누는 케냐 탄자니아 콜롬비아....커피 콩 볶는 법 부수는 법 그리고 지니의 주전자로 길다랗게 하지만 아주 조금씩 물을 붓는 법.... 향기와 신맛 구수한맛 외에도 무엇인가를 가미해서 나는 향기와 사향고양이 똥에서 다람쥐 똥으로....게이샤까지, 루왁 커피는 인도네시아에서 마셨다. 커피를 아주 좋아하시는 분이 아주 정성 드려서 내려준 커피......창밖으로 무한한 바다가 펼쳐지고 있었고 먼나라가 주는 애수도 있었다. 세련된 사람이라면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촌스러운 사람은 믹스를 좋아한다는 암묵적인 커피개념의 시절이다. 나는 이 개념을 사절한다. 교회에서 점심 후 마시는 달짝지근한 믹스 커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노도 마시고 요즈음은 우유가 많이 들어간 라테커피를 즐기기도 하지만 카페에서도 두세 모금 커피 맛보기만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나는 굳이 커피를 좋아한다기보다 커피 마시는 ‘것 ’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요즈음은 커피가 지닌 가성비 외에 가심비ㅡ가격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높이 사는ㅡ를 향하여 방향을 바꾼다고 한다. 우선 쵸이스의 다양함...여섯 나라의 원두는 기본이다. 컵에 원하는 이미지나 구까지 서비스해주는 섬세함을 ' 원두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라고, 통상 한 종류인 에스프레소를 열여섯 가지로 차별화한 에스프레소 특화점도 생겼고 상위 7%의 원두로 만든 '스페셜티 커피' 3종 블루보틀커피는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생두를 소량 로스팅해 핸드 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린다. 맞춤형 원두 로스팅 서비스도 있다. 스타벅스에서는 바리스타가 고객과 대화를 하며 커피를 만들어내는 리저브 바가 있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을 말하고 가심비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말한다. 가심비 이야기를 하자면 맛을 마음이 느끼는 것이다. 마음이 느끼는 맛이라고 하면 프루스트의 마들렌으로 충분히 이해하나 그 마음이 돈으로 사는 특별한 서비스의 맛이라고 한다면 결국 커피도 돈의 맛이 아닌가, 오히려 커피 마시는 ‘것’ 을 좋아하는 것이 가심비가 높은 게 아닌가, 석 달 정도 커피를 배우면서 이 커피 저 커피를 종류별로 많이 마셔봤는데 커피가 지닌 커피 맛은 결국 커피 맛이더라는 것. 굳이 그 결을 나누라면 못 나눌 것도 없겠지만 미니멀리즘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커피는 커피더라는 미니멀한 결론. 커피를 좋아하는 당신은 이 결론도 역시 마음에 안 드시겠지만,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좋아요 0

기독교헤럴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