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5.23 목 23:18
상단여백
HOME 독자기고 특별기고
위영사모의 편지(연재)언니!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19.05.01 17:35
  • 호수 442
  • 댓글 0
             위 영 작가

남도의 신록은 몽환적이었어. 온화하고 부드럽게 내리는 봄비 탓이었을 거야. 순천 상사호에 어리던 물안개 속에서 호수 주변의 숲들은 그윽하기 이를 데 없었지, 그러고 보니 순천이 무진안개의 본산이네, 나지막한 산 구릉을 병풍처럼 드리운 월등의 복숭아나무들,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백일홍나무의 가느다랗고 매끄러운 가지들, 특히 남도의 집안, 길가, 들판 어디나 자리하고 있는 감나무, 그 야트막한 가지에 피어나는 연둣빛 잎사귀는 신록의 정점이더군. 마음 길이 십리라 치고 꽃이 오리정도 간다면 연둣빛은 십리를 가고도 남아 내 안 저 깊은 곳까지 들어섰어. 꽃보다 더 깊더라는 거지, 일몰이 기막히게 곱다는 와온 해변을 찾아가는 길, 선암사 가는 길, 주암댐을 곁에 두고 가는 길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찾아가는 목적지도 좋지만 그 여정이 더 좋았어. 아랫녘 길은 품이 넉넉해서 어딜 가나 너그러운 자유를 품고 있는 것 같더군. 어느 시인인가 그랬어. 아름다움의 완성은 슬픔이라고, 봄을 가득 품은 남도의 길은 처음 祕境이다가 점차 悲境이 되어가는 것 같았어. 차안에서 우리는 작은 소리로 아주 옛날에 배웠던 동요들을 부르면서 그 노래에 얽힌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언니가 물었지. ‘너 삼일절 노래 알아?’ 나는 기미년 삼월 일일을 부르기 시작했는데 뒤에 가니까 흐릿하더라고... 언니가 웃으면서 하는 말 ’형부는 아주 잘 불러, 내가 이번 삼일절에 새벽 예배 다녀와서 그 노래 불러보라고 했거든, 그러니까 끝까지 다 부르더라, 노래 부르고 난 후에 둘이 한참 웃었어. 우리 웃기지?’

아버지께서 읍장을 하실 때 언니가 근무하던 보건소를 시찰 가셨다던가. 그 때 언니는 4급 공무원이라 남자들은 나무의자에 앉아있는데 언니가 회전의자에 앉아있어서 기분이 좋았더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지, 언니는 공부 잘하고 총명했어. 내 친구들은 지금도 언니를 착한 언니 순한 언니로 부를 정도이니까, 누군가를 좋지 않게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본 적도 없고, 거칠고 사나운 모습을 본적도 없어, 그래도 믿음에 대한 강단은 있어서 믿지 않는 가정의 남편을 만나 장로 직분을 받게 되었으니 언니는 믿음의 승리자이기도 하지. 더 큰 승리를 언니 가정을 통해서 보여주시고 싶었던 것일까, 언니에게 갑자기 뇌출혈이 다가와 몸의 반쪽을 쓰지 못하게 되었으니..... 우리 교회에도 장애인 아들을 둔 집사님이 계셔. 언젠가 그 집사님에게 말했어. ‘집사님 성훈이 데리고 신앙생활 하시는 것만으로도 집사님은 우리 모두의 스승이예요.’ 정말 진심이었어. “무릇 징계가 당시에는 즐거워 보이지 않고 슬퍼 보이나 후에 그로 말미암아 연단 받은 자들은 의와 평강의 열매를 맺느니라(히12:11)” 아내와 함께 새벽기도를 가기 위해 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우고 신발을 신겨 차에 태워서 함께 기도하러 가는 남편, 새벽기도를 다녀와서 아침밥을 하며 아내의 청에 의해 삼일절 노래를 완창 하는 남편, 아픈 아내와 함께 토요일마다 교회 청소를 빠지지 않는다니....너무도 확실한 의와 평강의 열매를 내 눈으로 보았네. 남도의 길만 祕境이 아니었어., 미평교회 박부장로님 위방엽 권사님 가정에도 祕境과 悲境이 혼재해 있네. 이런 아름다운 풍경 어디 또 있을까,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좋아요 0

기독교헤럴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