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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 사모편지(연재)머위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19.04.17 16:14
  • 호수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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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영 작가

머위는 양지바른 곳보다 그늘을 더 좋아해요. 그러면서도 아주 이른 봄이면 자라나기 시작하죠. 시골에는 집집마다 머위가 있어요. 마치 들풀처럼 자라난다고나 할까, 지금이야 부러 키우기도 하지만 저 어릴 때만해도 그냥 아무데서나 자라나는 풀이었죠. 길가 나무 그늘아래 조금 음습한 뒤꼍에는 머위 천지였죠. 읍내에서 살 때는 집 밖....공터에서도 머위는 무수히 자라났었죠. 이른 봄,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들은 꽃이라고 하기에는 무리?한 생김새 같기도 해요. 작은 두상화가 다닥다닥 열려 꽃들은 커다란 꽃턱잎으로 쌓여있죠. 겨울에 꽃이 핀다고 해서 관동화라고도 한방에서는 부른다고 해요. 뭉퉁거리는 품새가 무딘 공 같아 보이기도 하고 둥그렇게 뭉쳐 있는 꽃들이 꽃다발처럼 보이기도 한데 그러나 작은 꽃들, 야생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접사를 찍기 시작하니 수많은 아름다움의 향연이 머위꽃 속에서도 펼쳐지더군요. 하긴 이 세상에 꽃 아닌 꽃이 어디 있겠어요. 내 눈이 미치지 못하거나 볼 수 없는 눈을 지닌 게죠. 못 먹을 것이 없는 시대라선지 이제는 머위꽃을 장아찌로도 만들고 차로도 만든다는군요. 거기다 머위꽃 튀김 맛이 일품이라고 하는데....먹어보고 싶어요. 이른 봄꽃들처럼 머위도 꽃이 먼저 피어나고 순이 나죠. 너울거리는 머위 이파리 끝은 톱날처럼 삐죽빼죽해요. 보성에서는 머위를 머굿대 혹은 모굿대라고 불렀어요. 이상하게 나 어릴 때는 머위 순을 먹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따뜻한 아래쪽이라 아무래도 나물이 흔해서였을까요. 이즈음 뷔페집에도 가면 꼭 있죠. 된장쌈장이 들어간 머위나물 쌈밥이요. 여름이면 껑충하게 자라난 머윗대를 잘라서 살짝 삶아 껍질을 벗긴 다음 가늘게 찢어 된장에 새콤달콤 무쳐먹거나 울아부지 좋아하시던 생선 서대나 병어 밑에 깔고 쪘어요. 엄마는 생선보다 머윗대가 맛있다고 하시더군요. 머위 맛은 실제 어린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맛은 아니죠. 쌉쌀한 맛이 주라 달콤한 세상 밖에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아주 낯선 맛이지요. 향두 쓴 듯한, 그래서 담박하게 여겨지는, 세월이 알게 하는 맛이라고나 할까, 나무 그늘아래 곧고 시원스럽게 자라나 있는 머위는 일견 시원해 보이면서도 무한 더위도 보여주는 양면성 식물이기도 해요. 그러고 보면 머위는 그늘에서 자라나서 그늘에서 살아가니 결국 생을 살아본, 그늘을 겪어본 사람들만이 알아지는 맛일까요?

 어수선하고 고단한 봄을 잘 보내려면 쓴 나물... 머위 향으로 우선 마음을 축이라는 봄의 심의心意 일지도 모르겠어요. 단맛보다 쓴맛이 강한 삶을 잘 이겨내라는 격려 같은 거요. 맛은 입안에서 그저 지나가는 순간의 존재가 아닐지도 몰라요. 몸 안 어딘가, 어느 세포 속엔가 저장되는 거예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리움과 맞물리면 혹은 그 맛이 그리움을 불러오는지도.....

“사모님도 머위순 좋아하시는구나. 저두 그래요.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나서요. 언제나 이 무렵이면 머위 순 따서 다듬어 보내주시곤 했거든요. 사먹는 머위순은 엄마가 준 머위순 보다 향이 덜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설마 그러겠어요. 느낌이겠지요. 엄마네 집 텃밭 뒤 안이 눈에 선해요. 머위가 가득 가득 자라나 있을 텐데..... ”

그러니 집사님 머위 이야기는 그게 어디 머위 이야기겠어요. 엄마 이야기지, 엄마 그립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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