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4.19 금 23:35
상단여백
HOME 독자기고 특별기고
위영 사모편지(연재)그대 삼월 가득하신가?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19.03.27 18:05
  • 호수 439
  • 댓글 0
                  위 영 작가

삼월이 가는 발자국 소리가 선연하다. 이상하게 봄 가운데 있으면서도 마냥 봄을 그리워하는 정처 없는 心情이다. 힘센 자석에 이끌리듯 자꾸 땅을 들여다보는데 기실 청결하고(?) 살기 좋은(?) 도시일수록 땅은 이미 없다. 우리가 밟고 사는 땅은 이미 땅이 아니다. 콘크리트로 숨통을 완전히 막아버린 생명이 없는 땅, 죽어버린 땅을 우리는 땅이려니 하며 딛고 살아가는 게다. 살아있는 땅이라고는 자그마한 화단가나 나무 심어 있는 공원뿐, 그래도 땅이 보이면 마치 사랑하는 아이와 눈 맞춤하듯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구부려 바라보곤 한다. 잘 있니, 오늘은 누가 솟았니. 누가 더 자랐니. 누렇게 말라가던 잔디 속에서 연푸른 잎들이 솟아나고 먹지 못할 냉이도 가냘픈 몸피의 꽃다지도 어느새 솟아나 있다. 저 청보랏빛 개불알풀도 솟았네, 저기 저 하얀 별꽃은 땅으로 내려앉은 은하수 아닌가, 그렇게나 작은 것들이 가장 먼저 단단한 땅에 길을 낸다는 생각을 해보라. 참으로 눈물겨운 일이다. 골리앗을 이겨낸 소년 장사 다윗처럼 새로이 솟아나는 풀들은 혹한의 겨울을 이겨내는 준비된 전사이다. 어쩌면 땅이 토해내는 양심의 소리 거나 자연이 지닌 진실의 발현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런 인내와 슬픔과 고통 정도는 지녀야 존재 아니겠니. 우리에게 묻고 있는 지도, 혹시 햇살 아래 눈부신 여린 풀들은 그대와 나의 삶을 투명하게 비추어내는 잘 닦여진 맑은 창문일 수도 있겠다. 동양에서 수선은 `물 위를 걷는 선녀`라고 해서 `능파선자(凌波仙子)라고 했다. 상상속의 선녀만도 아름다울진대 물 위를 걷는 선녀라니, 봄은 에브노멀한 꿈을 꾸게 하는 시간이다. 작년 이 무렵이었던가, 산수유가 가득 핀 마을엘 들렸다. 동네 어귀에서 잠깐 빗방울이 내렸다. 바람보다 더 작은 몸짓으로 산수유 꽃잎들이 빗방울에 의해 흔들렸다. 마치 그 모습은 정교하고 섬세한 떨잠 위의 떨새처럼 아니 그보다도 더 훨씬 우미하고 가느다랗게 흔들리며 나를 멀미나게 했다. 산수유 꽃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지 위에 솟아나 있는 모양이 우아한 왕관처럼 보인다. 산수유는 시춘목이라고도 부른다.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뜻이다. 봄을 환영하는 꽃인 영춘화도 있고 산속 깊은 곳에서는 산수유보다 더 먼저 노란 생강나무가 피어나기도 하지만 마을 주위를 자그마한 병풍처럼 두르고 서있는 노란 빛의 산수유는 삼월의 기적이다. 가만 산수유 노란 빛에 취해 있으면 눈빛이 노랗게 변하는지 보이는 모든 것들이 노란빛으로 물들어 버린다. 삼월 속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신비로운 일이다. 하긴 삼월에 기적 아닌 것이 있으랴, /어지러운 산 옛 절을 감추었네, (亂山藏古寺)/ 그림을 좋아하던 송나라 휘종이 畵題를 내자 화가들은 무수한 산과 절을 그려댔다. 그러나 정작 일등으로 뽑힌 그림 속에서 절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산속에 난 아주 작은 길과 물길어가는 중의 모습이 있었을 뿐, 동양화의 화법 가운데 홍운탁월법(烘雲托月法)`은 수묵으로 달을 그리려 할 때 희디 흰 달을 색칠할 수 없으므로 달만 남겨 둔 채 그 나머지 부분을 채색한다. 이것을 드러내기 위해 대신 저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림속에서 이루어지는 사소한 방법이지만 이런 짧은 표현 속에서 삶과 죽음은 저절로 생각난다. 삶이라는 시간의 목적지는 결국 죽음일진대 그 죽음에 이르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지금, 잘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들에 핀 꽃 한 송이만도 못한 생의 영화를 알고 있으면서도 정말 그리 살아가는가, 절을 그리지 않고도 절을 그려내듯이, 봄 가운데 있으면서 봄을 그리워하는 것, 그대와 내 삶 속에서도 가능한 홍운탁월법(烘雲托月法月法)

그대 삼월 가득하신가?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헤럴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