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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 (연재)임某선생께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19.03.13 16:50
  • 호수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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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영 작가

선생의 정확한 이름을 알고 이 글을 쓰고 싶지만 알 수가 없군요. 바짝 마른 채 홀로 세상을 떠난 선생을 기억하고 싶고 조문하고 싶은데 신문 기사에는 임모 씨로만 나와 있어 이름조차 알 수 없어요. <31일 오후 2시쯤 부산 사는 이모(여·72)씨가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사는 큰아들의 반지하방을 찾았다. 나이 마흔여섯에 결혼도 하지 못한 아들 임某씨, 지난해 5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8개월째 투병 중이었다.-신문기사발췌> 그래도 선생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써낸 기자는 아마 보통 사람보다는 마음이 훨씬 더 따뜻한 사람일 겁니다. 도처에 흔하디흔한 죽음....오히려 생명보다 더 흔한 것처럼 여겨지는 죽음 속에서 당신을 익명으로 처리한 것 역시 나름의 배려였겠지요. 그러나 그 배려가 나는 슬펐어요. 선생의 삶이 어째서 마지막 가는 길에서 조차 익명으로 사라져야 했을까요. 선생은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모아둔 600만 원을 모두 날린 뒤 택시 운전대를 잡았죠.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주간 근무 대신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야간 근무만 했다고요. 작년 5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생계 때문에 택시 운전을 계속했다구요. 그러나 지난 31일 월세 20만 원짜리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서 갈비뼈가 다 보이는 앙상한 몸으로 끝내 숨졌습니다. 가족들을 제외하곤 빈소를 찾는 조문객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가난하고 고독하고 외로운... 삶이라 그의 이름을 묻어 버리는 것이 오히려 그에게 좋으리라고 여겼을까요. 어쩌면 여기까지... 가 전부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동료 택시기사의 말이 내겐 정수리에 벼락 치듯...... 다가오던걸요. "남들 쉴 때도 기를 쓰고 악착같이 일하던 친구였다"구요. 당신은 그렇게 번 월급 200만 원 남짓으로 매달 5만 원씩 주택 부금을 넣었고, 1000만 원짜리 생명보험에도 가입하였다고요. 아프면서도 일을, 그것도 악착같이 계속한 것은 단순히 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그것은 삶에 대한 의지잖아요. 오만 원 짜리 주택부금은 단순한 주택부금이 아니잖아요. 그것은 미래에 대한 그의 소망이고 삶에 대한 순명의 태도 아닌가요? 사실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선생의 삶은 치열했습니다. 생명이 있는 한 생명 가운데서 생명을 존중하며 끝까지 생명을 지키려고 애썼습니다.

제비꽃은 한철을 살지만 봄에 꽃을 피우고 여름에도 한 번 더 꽃을 피우곤 하지요. 아시다시피 제비꽃은 아주 자그마한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난쟁이 꽃이에요.. 이른 봄, 꽃이 귀한 철에는 벌과 나비가 찾아들어 수정이 되나 여름이 되어 온 세상이 아름답고 화려한 꽃들로 가득 차게 되면 벌과 나비들에게 그 작은 꽃들은 보이지 않게 되지요. 그래서 여름에 피어나는 금강제비꽃 아래 둥치에서는 처음부터 줄기 하나가 함께 솟아오르는데 그 줄기 위의 꽃은 피어나질 않는 답니다. 이름도 슬픈 폐쇄화! 자가 수정을 하기 위하여 꽃잎을 스스로 열지 않는 다구요.. 모든 꽃잎들이 피어나기 위하여 존재하는데 피지 않기 위하여 태어나는 꽃들이 있다는 것, 얼른 들여다보면 거기 슬픔의 빛깔만이 선명해 보이는 듯하지만 한 겹 더 깊은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눈부시게 피어나서 설왕설래하는 수많은 화려한 꽃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명에의 외경이 보이질 않나요. 설령 꽃으로 피어나지 못해도 생명을 이어가겠다는, 역사를 이어가고야 말겠다는, 단호한 의지 말이지요.  선생에 대한 짧은 기사 속의 오만 원 짜리 주택부금은 꽃처럼......어느 존재보다 더한 옹골찬 기개의 제비꽃........처럼 여겨지더군요.  우리의 선생님께서도 들에 핀 백합화 한 송이에 대해 말씀하셨지요. 솔로몬의 영광으로도 이 꽃의 입음만 못하다구요. 실제 들꽃 하나의 아름다움이 우리의 어떤 화려한 입성보다 승하다는 말씀이기도 하고 어쩌면 그분께서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우리를 바라보신다는 깊고 내밀한 사인을 해주신 것 같기도 해요. 슬픈 이야기긴 하죠. 폐쇄화도... 임某선생도.... 그러나 슬픔에는.... 이 세상 즐거움들 속에는 절대 없는 맑음이... 있어 비루해져만 가는 우리네 삶을 투명하게 비쳐주는 힘이 있죠. 돌아가신 본향 새로운 곳.... 에서는 평강하시리라 믿어요. 謹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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