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Life)에 대한 실존적 물음을 제기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려는 노력은 얼마나 하고 있을까? 과연 풍요로움과 허무함으로 가득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내면의 유리상자 속에서 우리들의 삶을 재발견하는 노력은 하고 있는 것일까?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는 이러한 인간의 삶에 대한 물음 즉“실존(實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세 가지 단계를 통해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려고 했다. 그가 말한 인간의 실존은 곧 미적(美的), 윤리적 그리고 종교적 단계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삶의 모습은‘미적(美的)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인간은 감각적 쾌락을 추구한다. 자기만족의 쾌락을 추구하고, 먹고 입는 것의 1차적인 본능적 욕구가 해결되는 실존 단계이다. 이곳에서 인간은 욕구를 해결하고, 생활을 이루는 단계이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인간은 결코 완전한 행복을 추구할 수 없다. 평생 동안 감각적 쾌락을 추구할 경우, 그 결과 인간은 권태와 절망의 유산만을 남길 뿐이다.

둘째, 인간은 단순한 감각적 쾌락의 단계에서 벗어나‘윤리적 단계'에 따른 삶을 살게 된다. 쾌락만을 좇아 무비판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는 보편적 가치와 도덕규범에 따라 살아간다. 이 때 인간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도덕적 인간’이 실현되는 단계이다. 하지만 불행하게 인간은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 아무리 윤리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간다 해도,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게된다. 윤리적 인간이 되는 노력 또한 죽음이라는 실존적 물음 앞에 무릎을 꿇게 마련이다. 이 불안과 절망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는 비상구는 다음 단계에서 찾을 수 있다.

마지막 단계인‘종교적 단계’에 와서 인간으로서 완전하고 참된 삶이 실현된다. 도덕적 단계에서도 해결할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의 요청이 이루어지는 단계이다. 인간은 진정한 신(神)을 믿고 따를 때, 인간으로서의 절망과 무력감을 떨쳐 버리고, 죽음이라는 자연적 질서에 순종하면서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완성된 삶을 살 수 있다. 이처럼 종교적 단계에서는 단순한 수평적 질서 즉 우리가 더불어 살고 먹는 1차적인 관계에서 수직적 차원 즉 신(神)과 인간의 관계의 합일(合一)을 지향한다. 종교(宗敎)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수평적 사고에서 얻을 수 있는 갈등, 두려움에서 벗어나, 신(神)과의 교통을 통해“절망으로부터의 안식처”를 얻을 수 있는 정거장인 셈이다.

신(神)의 요청

인간에게“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기에”(히 9:27), 이 피할 수없는 숙명의 고리에서 실존의 물음을 던지는 과정이 누구에게나 한번은 다가온다.

우리가 더불어 살면서, 행복(幸福)을 추구하려는 부단한 노력과 함께 미적이고 윤리적인 삶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은 죽음 앞에 놓여 있는 실존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신(神)의 요청’을 반드시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종교적 실존의 위치에 서있을 때,“ 신(神) 앞에서 있는 단독자”로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인간의 유한한 운동을 마침표 찍고, 무한한 운동으로 진입할 수 있다. 그리고 신앙을 통해 자아(自我)는 오직 하나님과의 연합을 통해‘온전한 자아’가 된다. 그 온전한 자아 또한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발견하고, 나 자신을 그 분 앞에 내려놓을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다가 오시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분의 다가오심을 통해 유한한 실존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우리는“초월적인 존재”로 거듭나는 영적 존재의 체험을 그리스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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