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강록 목사(기성 퇴계원교회)

조선시대는 백성을 네 가지의 신분으로 나누었습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신분을 두 가지로 나누는 양천제였습니다. 법적인 신분은 양인과 천민의 두 분류로만 나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백성들은 양반, 중인, 상민, 천민 이렇게 네 계급으로 나뉘어졌고,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신분은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가장 낮은 계급인 천민, 그중에서 특히 노비들은 주인에게 속해서 평생을 살았습니다. 사람이었지만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고, 물건처럼 누군가의 소유가 되거나 팔려가기도 했습니다. 부모가 노비면 자식도 노비였고, 노비의 주인들은 노비문서를 가지고 노비들을 속박했습니다.

하지만 노비 신분을 벗고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종의 예외적인 경우가 있었던 것입니다. 임금이 특별히 면천(免賤, 천인이 본래의 신분을 벗어나 양인의 신분 을 취득하는 것)시켜주는 일도 있었지만, 이것은 정말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경우였습니다. 기적과도 같은 이 방법 외에, 노비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돈을 지불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노비라 해도 조금씩 돈을 모아 재산을 축적하거나 토지를 사서 소유할 수 있었고, 그렇게 꾸준히 돈을 모은 노비들은 그 돈으로 신분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돈이 있는 노비들은 양인이 되기 위해 속가(贖價)라는 돈을 내고 속량(贖良, 몸값을 받고 노비의 신분을 풀어 주어서 양민이 되게 하던 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노비의 신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대신 노비가 될 다른 사람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속량하고자 하는 노비와 같은 나이대이고, 비슷한 건강 상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노비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능력과 힘을 지닌 다른 노비를 그 자리에 대신 보냄으로써 기존의 노비를 풀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돈 대신 사람으로 갚는 것이지요. 이렇게 노비를 다른 것으로 대신하여 그의 노비 된 신분에서 풀어주는 것, 이것을 ‘속량제도’라고 합니다. 이 ‘속량’이라는 단어는 생소하지만, 조선시대 역사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속량’ 받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요?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속량을 받았다는 것일까요?

영적으로 인간은 죄에 속박된 ‘죄의 노예’입니다.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우리를 얽매고 있는 것은 없지만 우리는 태생적으로 죄의 노예입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후로 인간은 반복적으로 죄의 구렁텅이에 빠지곤 했습니다.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었고, 바벨탑을 지어 하나님께 닿고자 하였고, 타락하고 방탕하여 하나님의 분노를 사 대홍수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인간을 너무나 지극히 사랑하십니다. 인간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잘못한 것에 대하여 분노하시며 벌을 내리셨지만, 늘 한쪽엔 구원의 문을 열어놓으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까지 이 땅에 보내셨습니다. 죄의 노예가 되어 결국 지옥에 갈 수밖에 없는 우리 영혼을 구원하시기 위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하나님의 사랑의 증거이신 예수님을 믿으면 구원을 받습니다. 예수님의 보혈로 우리는 ‘죄의 노예’인 신분에서 벗어나 자유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입은 ‘속량의 은혜’입니다. 아무 죄도 없는 예수님께서 우리 대신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써 인류의 죄를 씻어 구원해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왜 그렇게까지 하셨을까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은 아주 짧고 명료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려 하심이 아니요 그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 (요 3:16-17)

하나님이 세상과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신다는 것은 가장 아름답고 귀한 소식입니다. 방대한 성경의 전체 내용은 사실 이 한 줄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 이 사랑의 증거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인생에 목마름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어떤 사람도 돈이나 명예로 인생의 목마름과 영적인 공허함을 채울 수는 없습니다. 물질적인 것은 일시적인 만족감만 줄 뿐 영원히 지속되지 못합니다. 우리를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만이 그 목마름을 영원히 해결해주실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될 기회가 눈앞에 왔습니까? 망설이지 말고 반응해야 합니다. 내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나님의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겠다고 고백할 수 있길 소망합니다

임은주  im@c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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