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의 조류들 속에서‘생명경시’의 풍조가 쉽게 관찰된다. 하루에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자살(自殺)을 택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뉴스(news)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에서부터 인간복제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을 수단과 유용성의 척도로 간주하는 사례가 보고 되고 있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 영화 속에서는 이미 실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인간의도구화를 연출하고 있다. 미래에 인간은 대량생산이 가능하여“인간복제제작소”에서 인형처럼 만드는 일들을 영화 속에서 현실처럼 그려내고 있다 .영화《가타카》에서는 이미 우수한 유전자를 선별하여, “탁월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을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때 인간은 더 이상 존엄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이제 대량으로 제작이 가능한 기계에 불과하다. 먼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우리에게 던져주는 과제는 실로 무겁게 느껴진다.

임마누엘 칸트(Kant)는『도덕형이상학 원론』에서, “너는 너 자신의 인격에 있어서나 아니면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에 있어서의 인간성을 단지수단으로서가 아니라 항상 동시에 목적으로서 대우하도록 행위하라.”고 말한다. 인간은 목적 자체로서 존재하며, 단지 이런저런 임의로 사용 할있는 수단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모든 행위에 있어 그 행위가 항상 자신을 향한 것이든 아니면 다른 사람을 항한 것이든 항상 동시에 하나의‘목적’으로 간주되어야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이 우리 자신을 수단으로 대해서는 안 되며, 사람은 도구적으로 이용하는 인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노예나 하인과 같은 존재로 사용하고, 동물적 지위를 넘어서는 가치를 부여해야한다는 것을 그는 말했다.

목적들의 나라

그리고 칸트는 이상적인 나라 곧‘목적의 나라'를 꿈꾸었다. 그 곳의 도덕적 세계는 인간이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서 대접받는 세계이다. 한갓 수단에 지나지 않은 인간, 그리하여 물건으로 전락한 인간이 아니라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접받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꿈꾸었다. 이것을 가리켜 칸트는“목적들의 나라 (Reich der Zweck)”라고 불렀다. 이곳에서는 그가 꿈꾸었던 이상적 도덕이 실현된 사회를 말한다. 이 목적들의 나라에서는 모두가 백성이요, 동시에 군주이다. 그들은 모두 목적들의 나라에서 보편적 법칙의 지배아래 있는 주권자요 동시에 임금인 것이었다.

영혼을 가진 존재

하나님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된 생명력을 부여하셨다. ‘자신의 형상(Imago Dei)’대로 사람을 창조하신 것은 다른 종(種)과 차별을 둔 존재임을 말한다(창 1:27). 이는 인간이 수단으로서 대우받을 존재가 아니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고귀한 목적론적 존재임을 가르친다. 인간은 영혼을 가진 존재로서, 가치의 척도나 유용성으로 판단하는 존재가 아니다.

흔히 인간에게는 정신(mind)을 가진 존재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이 정신 또한 다른 종(種)에게는 발견할 수없는 인간의‘내적 속성’이다. 정신을 가졌다는 말은 곧 인간이 사유의 흔적을 남길 수 있고, 문화, 사회 그리고 종교적인 답습이 가능한 속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간의 전형(全形)은 바로 내적 본성으로서의 충실함을 말한다. 이 내면적 속성으로서의 정신은 인간이 다른 여러 종(種)들과 구별되며, 동시에 유용성(Utility)으로서의 척도로 사용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가르치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지금 생명의 소중함을 망각(忘却)의 강, 레테(Lethe)로 실어 보내는 시대의 조류에 젖어있다. 인류(Mankind)는 단순히 자연적 발생으로 파생된 생명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창조하실 때, 생기를 불어넣어 만드신“목적론적 존재”이다. 그리고 인간은 역사를 건축하여 자연의 질서에 순종하고, 또 자연에게 보답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는 존재, 나 자신과 타인을 서로 존중할 줄 아는 중보적인 존재이다. 이 고귀한 존재는 보편적으로 보호를 받고 존엄성을 지닌 존재, 하나님의 영혼을 소유한“고결한 존재”임을 다시금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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