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내 아이 기죽이지 마세요”라고 하면
자녀는 절제·양보·타인을 위한 배려 못 배워
한두 자녀만을 키우는 부모들이 빠지기 쉬운 큰 함정이 있다. 내 아이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기죽지 않게 키우려는 생각이다. 내 아이가 항상 주인공이 되고 칭찬을 받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나 칭찬받는 일은 필요하지만, 항상 남의 칭찬을 의식한다면 정작 에너지를 쏟아야 할일에는 의기소침해지기가 쉽다. 정말 불행한 일이다.
어린아이들 중에는 나면서부터 강한 성격을 타고 나서 조금만 싫은 소리를 듣거나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발작적으로 울면서 토하는 애들이 있다. 그래서 이런 시절부터 화합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성장해서도 자기주장만 강한 성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요즘은 어릴 때부터 화합을 배워 볼 형제도집에 없다. 우리 민족에게는 예전부터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건 못 참겠다는 무의식이 있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건 못 참겠다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자녀양육에서조차 다른 건 다 참아도 내 자식 기죽는 건 죽어도 못 참겠다는 부모들이 속출하는 시대다.
부모가 먼저“ 내 아이 기죽이지 마세요”라고 외치면 자녀는 그걸 자양분으로 절제나 양보나 타인을 위한 배려를 배우지 못하면서 자란다. 어디서든 주인공 노릇을 해야 하고, 대인관계 속에서 기가 살아야 하니 어떻게든 튀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린다. 이런 부모들의 속내를 알아차린 상업주의는 발 빠르게 유아용품의 광고 문구를 통해‘튀는 엄마, 튀는 자녀’가 새 시대를 앞서가는 것처럼 제시한다. 남과 다른 특별한 명품분유를 먹이고 특별한 유모차에 태워서 특별한 브랜드의 옷을 입히고 특별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이런 식의 자녀양육을 받으면, 머리는 텅 빈 채 명품만을 소비해 대는 구제불능성 소비자로자리가 십상이다. 또 머리에 남다른 지식을 잘 채웠다 해도 화합하지 못하는 아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호감이다. 이렇게 자라면 내 아이도 불행하고 남도 불행하다.
부모가 맺힌 ‘한’ 이 많다고 내 자녀만큼은 ‘기’ 죽이지 않고 키우겠다고 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그리스도인 부모 역시 내 아이를 남다르게, 튀게 키워야‘기’를 살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는 ‘튀는 직장인이 일터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한 동안 개인주의와 개성이 중시되더니, 이제라도 깨달은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묻혀 지내거나 심지어 모자라는 사람취급을 받던 ‘인화형 직장인’들의 진가를 이 사회가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증거이다. 더불어 일하는 분위기가 발전의 원동력임이 증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직장안에 ‘함께, 더불어’의‘인화형’대신, 경쟁과 대화 단절과‘튀는 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상이 달라진 것이다. 현재 선호 받는 직장인 유형은 동료의 일도 내 일처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자기 독단적이 아니라 동료의 기분을 파악하고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들은 친한 동료들에게 예의를 지킬 줄 알고, 업무만큼이나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형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이야 말고 화합형 인간을 강조하는 말씀이다. 더불어 살면서, 내 아이가 말씀대로변하면 그 영향을 누군가 다른 아이가 받을 수 있고, 또 다른 믿음의 아이가 내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좋은 믿음의 영향력을 자녀에게 많이 심어 줄수록, 그 자녀가 나가서 세상을 이길 힘을 하나님이 부어주신다. 하나님은 우리가 이 세상의 소금이고, 빛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자녀를 하나님이 원하시는 소금과 빛으로 인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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