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주 목사는 1904년 평남 안주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부터 복음을 접했고 숭실전문대를 졸업한 뒤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명석한 두뇌로 동지사대학 법학부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중 돌연 동경 일본신학교로 옮겼다. 자신이 법관이 됐을 때 독립운동을 하는 동포들을 구속해야 하는 처지가 싫었던 것이다.

1941년 일본은 태평 양전쟁을 일으키면서 미국 선교사들을 모두 본국으로 추방했다．미국 유학을 한 경력으로 일제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한경직 목사는 신의주 제2교회 강단을 김관주 목사에게 맡겼다.

김 목사는 일본에서 만나 결혼한 부인과 막 태어난 아들 명혁(서울 강변교회 원로목사)을 데리고 신의주 제2교회에 부임했다. 한경직 목사는 이 때의 상황을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남겼다．

“김 목사는 부임 1년 만에 유능한 설교자가 되었다．학자풍으로 점잖은 데다 성격이 강직하고 진실해 성도들의 존경 을 받았다．정치력도 있어 일제 말기 교회와의 마찰을 잘 해결하곤 했다．또 부인이 여의사여서 교회에 애린원이란 병원을 운영하며 성도들을 진료했다.”

김 목사는 신사참배 만큼은 일제의 압력에 굴하지 않았고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애국심과 정의감이 강한 그를 일제는 위협과 폭력으로 대했지만 김관주 목사는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신의주 감옥에 수감된 김 목사는 1년 8개월간 옥고를 치루었다. 해방 후 북한에 들어선 공산정권도 김 목사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소련이 참여하는 정치에 협조할 것을 강요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자 공산정권은 결국 협조하지 않는 김 목사를 체포해 사동 탄광에서 강제노역을 시켰다.

이 때 김일성의 외숙인 강양욱 목사가 당시 장로회신학교에 다니던 김 목사의 조카 김명길을 보내 공산정권과 손잡고 일해 볼 것을 권유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

“내가 그들에게 협조할 것 같으면 벌써 했지. 아무리 강 목사가 그런 부탁을 하 더라도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말게．아마 나를 소련으로 보낼 것 같으니 소련어 사전이나 한 권 구해 주게나.”

이 날이 김명길 목사와 삼촌 김관주 목사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당시 만 11살이던 아들 김명혁이 마지막으로 사동탄광을 찾아 아버지를 만난 것이 1948년 7월이었다. 땀과 석탄 가루로 까맣게 된 아버지의 얼굴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아들 김명혁은 이 때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남한으로 내려갈 것을 말씀드리고 승낙 받았다고 한다.

“남루한 작업복 차림으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며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김관주 목사의 마지막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사동탄광의 정치범 들이 6·25 이틀 전에 모두 사살된 것으로 미루어, 이 때 순교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헌곤 목사(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 관장)  webmaster@n491.ndsoftnews.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