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전후서 이해 2

                      소기천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베드로전후서의 선포를 흔히 주석서들이 제안한 것처럼 단순히 윤리적이며 도덕적인 측면만을 강화시키는 식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물론 베드로전후서가 거룩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거룩한 행동을 보여주기 위한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초점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다. 즉 베드로전후서는 그리스도론적인 접근이 먼저 수반되고, 그 후에 그리스도론의 중심에 서있는 그리스도 공동체인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올바르게 믿고 따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점에서 베드로전후서는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의 모임인 교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베드로전후서에서는 그리스도론과 교회론이 만난다.

  베드로는 거룩한 행위를 명시적으로 부각하고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과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지를 선포함으로써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의 토대를 형성하고 거룩한 삶을 지향하며 살아가도록 권면한다. 곧 이것은 신앙과 행위의 분리가 아니라 통전적 그리스도인의 삶을 형성하게 한다.

  바울은 교회를 각 지체가 연합하여 하나를 이루는 그리스도의 몸에 비유하지만, 베드로는 교회를 구성원 하나하나가 ‘왕 같은 제사장들’(벧전 2:9)이 되어 세워가는 ‘하나님의 집’(벧전 4:17)이라고 말한다. 바울 서신에서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지만, 베드로전후서에서는 바울처럼 교회의 머리라는 개념은 없고 단지 교회가 그 구성원이므로 각각 하나님의 교회가 된다. 바울은 지역교회를 세운 목회자요 선교사로서 그리스도론적인 관점에서 교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고심하지만, 베드로는 예수의 수제자요 오늘날 한 교단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총회장이나 감독과 같은 명실상부한 초기 교회의 수장으로서 바울처럼 지역교회의 목회자가 아니라 그레코-로만 세계 전체의 유대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감독하고 영적으로 지도해야 하는 목자와 같은 지도력을 확립하기 위해서 교회론적 관점에서 지중해 지역 전체에 흩어진 그리스도 공동체인 교회의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한다. 베드로가 제시하는 그리스도 공동체는 강림의 때에 세상에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 공동체이다.

  최고 지도자로서 그레코-로만 지중해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 그리스도교를 대표하는 베드로는 베드로전서 5장에서 이러한 그리스도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들인 장로들에게 권면한다. 여기서 말하는 장로는 당시 유대 전통의 장로나 오늘날의 장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베드로는 영적 지도자와 동역자란 의미로 장로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그 역할과 기능도 평신도가 아니라 목회자의 지도력에 초점을 두고 권면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우리는 베드로가 이들을 권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을 해야 한다. 특히 베드로는 실루아노와 바울을 형제로 부르고 있으며(참고 벧전 5:12; 벧후 3:15), 마가는 아들로 부르고 있다(벧전 5:13). 이런 칭호의 의미는 당시 베드로가 이들과의 관계에서 가졌던 영적 지도력을 보여주는 측면이 강하다. 곧 베드로는 이들과 동역자의 친분을 유지하면서도 당시 그레코-로만 세계에 흩어진 초기 교회에서 이들을 영적으로 지도하고 권면하는 지도력을 통해서 바울이나 실루아노나 마가와는 분명히 다른 차원의 지중해 전체 교회의 수장으로서의 권위를 계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김광연  angel@c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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