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이해와 예방(6) “자살과 상담 2”

2. 자살 상담(전편에 이어)

약을 먹고 자살(自殺) 하겠다는 전화를 받고 옆에서 자는 딸을 깨워 메모를 남겼다.

“엄마가 신호를 하면 119에 전화를 걸어 이 전화번호를 알려 주고 위치를 추적하여 자살을 막아달라"고 전달할 것을 알리며, 수화기로는 상대와 계속 대화를 진행했다. 약을 먹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그가 있는 곳의 전화번호를 받아 확인을 거친 후 3시간이 넘도록 상담이 지속되면서 필자의 위치와 현직에 대한 노출을 하자, 그도 하나 둘 자기 노출을 시작하였다. 그가 자살하려고 찾아간 곳은 00에 있는 지인이 운영하는 모텔이며, 나는 지금 약을 앞에 놓고 전화를 한다고 했다. 필자가 군 장교 교육과 관심병사 상담을 했다고 하자, 본인도 5.18 때 군과 관련된 일을 했다고 했으며, 현재는 서울의 모 대학의 교수라고 자기노출을 했다. 그곳은 필자의 사무실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학이다. 현실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생활처럼 보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서 오는 심각한 외로움과 삶의 의욕을 상실한 우울감에 의하여 자살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수화기를 잡은 팔이 저려와 마비 증상까지 왔지만 수화기를 옮겨 잡 지도 못하고, 보이지 않는 그 사람의 절망과 좌절을 흡수하며, 나의 소망은 오직 그의 생명을 지켜 주고 싶었다. 대화의 마지막에 계속 죽어야 한다고, 그것이 자신의 두 자녀에게도 자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자살의지를 다지는 그에게 당신이 죽으면 당신의 자녀들은 당신말대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 아버지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 속에서 산다. 자녀들도 자살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하자 그는 흔들리기 시작 했다. 또한 필자는 그가 전화를 걸어 서 처음 질문했던 천국과 지옥에 대하여 분명하게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자살한 다면 오늘 상담한 나는 많이 슬플 것이고, 앞으로 상담 사역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죽는데 선생님이 왜 슬프고 상담사역을 못한다고 합니까?” 라고 질문했다. 당신이 죽으면 지옥 갈 것 같아서 많이 슬프고, 이렇게 오랜 시간 상담을 하고도 당신을 구하지 못했다는 좌절 때문에 나는 앞으로 상담을 못 할 것이다"라고 하자 본인이 죽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되겠냐고 물으며, 오늘 약을 먹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본인을 노출했으니 믿어 달라고, 119 부르지 말고 믿어달라고 했다. 많이 힘들다. 지쳐있다. 그러나 내일 다시 일어나겠다. 오랜 시간 전화를 끊지 않고 잘 받아 주어서 고맙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필자는 불안한 마음 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알려준 전화번호를 눌렀더니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에게 “죽지 않고 전화를 받아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며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는 꼭 필자 의 근무처를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전화 상담을 끝냈다.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다른 남성이 받았다. 사정을 알리고 어제 투숙객에 대하여 물었더니 운영자의 지인이 맞으며, 아침에 집으로 돌아갔다고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출근을 하여 그날 이후 날마다 신문을 살폈다. 혹시 모 대학의 교수가 자살 했다는 기사가 나지 않을까 심히 염려하며 지내던 어느날 직원이 올라와 보고 하기를 알지 못하는 사무실에서 전화가 와서 기부자를 알리기를 꺼려한다며, 후원품을 보내겠다는 연락을 받고 그 주간에 많은 양의 스팸세트가 배달되었다. 아무리 보낸 사람을 알아보아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보내온 후원품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아! 그분이 살아 있구나 그 신호로 이렇게 많은 양의 후원 품을 보내 왔구나, 필자는 지금도 생각나면 그분이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신앙생활을 잘하고 삶의 의미와 자녀에게 꼭 힘이 되며 소망이 되는 부모님으로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다음호는 자살 7 “ 자살과 상담 3”가 게재됩니다.

문순희 박사(상도종합사회복지관 관장)  webmaster@n491.ndsof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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