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 훈련 과정중에 새벽기도회 후, 훈련팀이 모여 성경묵상(QT)을 하고‘전도지 100집 붙이기’가 있습니다. 교회의 뒷산을 넘어 아파트단지에 가서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 한 장씩 출입문에 붙이고 내려오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몸은 한기가 들고 움직이기가 힘들어 계단에 몇 번이고 주저앉았습니다.

 겨울철, 캄캄한 새벽길을 따라 찬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오면서 별 생각이다 드는 것입니다. “이듬해 4월까지 절대 안정하라고 했으니 몸이 회복된 다음, 따뜻한 봄이 되어 하여도 힘들텐데 너무 서두른 것이 아닌가?”“절대 안정해야 된다, 이 병은 재발하기 쉽고 재발하면 면역성이 생겨 어떤 약도 효과가 없고 잘못하면 죽는다”는 담당의사의 말이 귓가에 맴돌며 갈등이 일기 시작합니다. 집에 돌아와 지쳐서 그대로 자리에 누워 식은 땀을 닦으며“그만 둘까?”만약 여기서 그만두면 5조 조장으로 장로는 나 혼자인데 함께 훈련받고 있는 20명이“이 장로 그만 뒀다고 수근되겠지?”하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전도훈련하는데 부르시지는 않겠지?, 부르시면 천국 가는거고....... 여기서 그만 둘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준비하여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교회로 향합니다. 이런 어려운 상태에서 말도 못하고 훈련은 계속되는데 어느덧 새해가 왔습니다.

 4주째 과정은‘소외자 전도’(병원전도)입니다. 2004년 1월 3일(토)에는 순천의료원 병실을 방문하여 환우에게 복음제시를 하였습니다. 다음날에는 신년축하예배를 드리고 재방문하여 위로하고, 또 날마다 과제인 조별 훈련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한 남자환우를 방문하여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성경 찬송 색연필 노트 과일등 병원생활에 필요한 것을 선물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른 환자는 간병인이 있는데 일주일 내내 그는 혼자였습니다. 그래도 모르는 척하고 묻지를 않았습니다.

 그가 퇴원하는 토요일은 그날따라 무척 바쁜 일정에 몸이 열 개라도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퇴원수속을 마치고 그를 차에 태우니 술냄새와 담배냄새로 숨쉬기가 힘들정도였습니다. 골목길을 따라 들어간 집은 폐허에 덧붙은 헛간방이었습니다. 혼자 살고 있는 단칸방은 겨울인데도 퀴퀴한 냄새가 나고, 지저분한 상태로 돼지우리같아“이게 어디 사람이 사는 방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비참한 지경이었습니다. 골목길을 나오면서“재수 없게 걸렸구나! 하나님! 왜 이런 사람을 내가 맡아야 합니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있는 것을 생각나는대로 챙기고 가게에서 생활용품 일체를 구입하여 다시 갔습니다. 왜 그는 이 나이에 혼자일까! 왜 이토록 비참하게 되었을까! 어떻게 살아야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그의 손을 잡고 기도를 하는데 눈물이 한 없이 흘러내렸습니다. “내일은 주일이다. 모시러 오겠으니 교회갈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당부의 말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30년이 넘게 주일 낮예배와 성가대 봉사를 하였는데, 이때부터 1부예배 성가대 봉사로 바꿨습니다. 2004년 1월 11일(주일) 아침에 그의 집에 가서 교회로 모시고 와 차에서 내리는데 곁에서 이를 본 젊은 집사님이 다가와“장로님! 아버지되십니까?”라고 묻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아니, 우리 아버지가 원로장로 봉사하다가 1996년에 돌아가셨고, 지금 내 나이가 몇인데,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지?”하는 섭섭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맞아! 무슨 일을 하든지 원망하지 말고 시비하지 말라(빌립보서2:14)고 했는데, 하나님께서 집사님의 총명한 눈을 통하여, 이 분을 아버님처럼 모시라고 하는구나”하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음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새신자로 등록을 하였습니다. 나중에야 병원 차트를 보고서야 알았지만 그의 나이는 저보다 한 살 아래인데 얼마나 험한 세상을 살았으면 부자(父子)간으로 보았겠습니까?

 이때부터 그와의 길고 긴 만남의 여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등록한 날부터 그와의 만남을 1회로 시작하여 그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좁고 긴 골목길을 날마다 찾아 갔고 갈 때마다 빈손으로 가지 않고 그가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고 갔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철이 바귈 때마다 달라지는 이부자리, 입는 옷, 신발, 생활용품을 바꿔주며 그가 신앙적인 독립을 하도록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벽기도회에 가서 기도를 하면 스스로 견디기 어려워서 눈물이 나고, 그를 생각하면 불쌍해서 눈물이 나고, ‘이제 그만 두어야지’하다가도‘나는 집에서 아내가 해준 따뜻한 밥 먹고 편하게 잠자는데, 여기서 그만 두면 믿는 자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뚜벅뚜벅 골목길을 걸어 찾아 갑니다. 그는 아무도 없이 혼자 사는데 아직까지도 그 사연을 묻지를 않았습니다. 날씨는 추운 겨울인데 몸을 가누기가 여전히 힘들고 새벽부터 시작하는 전도훈련은 계속되었습니다.

원로장로 이풍영
순천승산교회*빌립전도협회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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