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준은 평안북도 영변군의 부잣집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영특해 논어(論語 ), 맹자(孟子 ), 시전(詩傳), 중용(中庸)을 비롯해 주역(周易), 병서(兵書)를 통달했고 노장학(老莊學)과 불교경전까지 폭넓은 지식을 소유했다. 그러나 청년시절 허랑방탕한 생활로 중병에 걸려 시천교에서 수도생활을 하기도 했다.

김헌곤 목사(본지 객원논설위원)

그는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선교사에게 복음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된다.

박관준은 의술을 배워 1917년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병원을 열었다. 진료실에는 “나는 육신의 병을 치료함과 동시에 영혼의 병을 치료하기를 갈망한다.”는 표어를 걸었다. 그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으로 시작해 복음 전 파와 기도로 하루를 마쳤다. 무의촌을 다니며 사람들의 병든 육체와 영혼을 보살폈다. 지역의 연약한 교회를 돕고 새로운 지역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병원을 자주 옮겼다.

박관준은 60세인 1935년 평양에 십자의원을 개원하고 이 때부터 목숨 걸고 신사참배를 반대했다. 1937년 평양에 기독교 학교들이 폐교 위기에 놓이자 니시모토 평남지사와 우가끼(宇垣) 조선 총독에게 장문의 진정서를 보냈다. 또 총독을 직접 만나 담판을 지으려고 13번이나 총독부를 방문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역사의 시계는 흘러 1938년 9월 9일 평양에서 열린 장로교 총회에서 신사참배가 가결된다.

박관준은 1939년에 일본 국회에서 모든 종교를 일본제국 승인 하에서만 인정한다는 법률을 제정한다는 소식 을 듣고 서둘러 일본으로 떠났다. 이때 동행한 인사는 신사참배 반대 운동의 여파로 선천 보성여학교 교사직에서 제적당한 안이숙(『죽으면 죽으리라』저 자), 일본 신학교에 재학 중이던 박관준의 아들 박영창 등이다.

국회 방청권을 구매한 박관준 일행은 1939년 3월 22일 제74회 일본제국의회장의 2층 방 청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종교 법안이 상정될 때를 기해 미리 준비한 문서 수 백 장을 의사당 안으 로 던졌다. 의회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박관준은 체 포되었다.

한국으로 송치된 박관준은 6년간 투옥되었고 1945년을 맞이하여 금식 기도를 시작했다. 금식 기도 70일째가 되자 빈사 상태에 빠져 긴급 병보석으로 출옥했다. 평양 기독병원에 입원한 박관준 장로는 문병 온 사람들에게 “신사참배는 안 됩니다. 전심으로 예수 믿으세요.”라고 권면했다. 입원 5일째 되는 아침에 박 관준 장로는 낮은 음성으로 “하늘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찬송을 부르다 숨을 거두었다. 박관준 장로는 조국 해방을 5개월 남겨두고 70세 나이로 순교했다.

김헌곤 목사(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 관장)  webmaster@n491.ndsof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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